신간소개

제목 이서진 작가 장편소설 『푸른 환영』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1-20 10:27:57
조회수 109




 

 

상실과 결여의 진지한 서사, 푸른 환영!

판형 135/200, 264

가격 13,000

ISBN 979-11-92828-29-9*03810

발행일 20231027

 

도서출판 도화

 

이 소설은

소설 푸른 환영은 이서진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로 문장의 균형감각과 조화가 창작의 교과서적인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현실 저 너머의 몽상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향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현하고 있다. 작품을 완독하고 나면 푸른 장미 문신을 한 여자가 아득한 환영처럼 머릿속을 맴돈다.

소설을 써보겠다고 기존의 일상을 뛰쳐나온 주인공 도영의 현실을, 작가는 유려하고 세심한 문장을 통해 인물의 모습과 상황을 손에 잡힐 듯이 전달하고 있다. 이처럼 문장의 장인이 펼쳐 놓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도영이 절감하는 일상적인 현실과 갈망하는 꿈 사이의 거리감이 저절로 체득된다. 절실한 염원을 가지면서도 최소한의 밥벌이에 시달리는 도영이 대면한, 앞날의 불투명한 불안감은 작품을 읽어 본 독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제되고 신중하게 선택된 문장들이 독자들의 마음속 열망을 적확하게 건드리고 있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일상의 요원한 꿈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소설에서 도영과 상반되는 인물이 여자인데, 주제적인 측면에서 도영의 대위법적 존재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극히 비현실적이다. 서로 이름조차 모르고 도영은 여자의 얼굴도 뚜렷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그저 뒷모습, 그것도 목덜미의 푸른 장미 문양이 기억에 남을 뿐이다. 도영의 남루한 분위기와 달리 여자는 세련되고 우아한 분위기다. 도영이 일상의 누추한 생활의 냄새를 묻히고 살아간다면, 여자는 그와는 다소 거리가 먼 비현실적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모호한 신비스러운 느낌이다. 소설은 이 같은 두 인물의 상반된 특징인 현실과 비현실, 일상과 꿈 사이의 절묘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상실과 결여의 상처라는 공통점을 중심으로 작품을 이끌고 있다.

푸른 환영에서 여자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목덜미에 있는 푸른 장미 문양이다. 푸른 장미의 꽃말은 기적, 환상,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다. 갈망하는 꿈의 환상을 찾아 떠나온 도영 앞에 그 같은 환영의 육화로 여자가 나타난 것이다. 두 사람은 주로 전화 통화를 통해 만나는데 말하는 주체는 대체로 여자이며 듣는 쪽은 도영이다.

여러 겹의 물결 같은 은유 가득한 여자의 목소리가 전하는, 불우한 이야기에 도영은 깊이 공감하며 이입된다. 도영 역시 그 못지않은 불행한 가족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그런 여자의 이야기와 도영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서사를 이어간다. 그 과정에서 조화로운 선율의 절묘한 화합을 끌어내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독자들은 두 사람의 사연에 깊이 빠져들 수 있다.

도영은 여자의 말을 듣게 되면서 지지부진하던 글쓰기를 그제야 생생히 이어간다. 그 행위는 여자를 향한 공감이 깊어지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향한 성찰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사를 돌이켜 보며 오랫동안 내면 깊숙이 묻어두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올린다. 무엇보다 가족에게 지울 길 없는 상처와 피해를 주고 떠난 어머니를 더는 외면하지 않는다. 그것을 글로 옮기면서 그간 자신이 지닌 상실과 결여를 뒤늦게 직시한다. 자신 속에 잠재되어 있던 버거운 무게로 인해 무언가를 절박하게 갈망하고 있었다는 걸 비로소 깨닫는다. 그것이 결국 글을 쓰겠다는 열망의 바탕이라는 사실을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결말에서 여자는 도영에게 파미르고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 어떤 존재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무겁게 덮어씌운 무언가를 버리기 위한 수행의 길을 가면서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짐이 실린 수레를 또 힘들게 끌고 가는 노정이 우리 삶의 모습이 아닐까, 라는 암시를 남긴다. 그 암시는 현생의 시간, 우주 속의 한낱 미약한 존재로 살아가는 모두에게 건네는 강렬한 화두이기도 하다.

그리고 여자는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말 저편으로 사라진다. 도영은 더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면서 깊은 상실의 좌절을 안는다. 현실인 듯 비현실인 듯 경계의 혼돈에서 아슬한 생의 조각 조각으로 흔들린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짙은 안개 속 어딘가에 켜졌을 희미한 불빛을 찾고자 한다. 그런 도영의 앞길이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라는 질문이 독자들 앞에 놓여있다.

 

 

 

목차

1~23 / 8

 

해설

환영의 대위법 _ 장두영(문학평론가) / 239

 

작가의 말

 

본문 속으로

한없이 남루했다. 서너 걸음만 움직이면 사방 동선이 연결되는 좁은 공간의 그것들이 지금 도영에게 실현되는 실체였으며 최선이었다. 그에 비해 오늘 여자의 말속 공간은 이상향일 뿐이었다. 좁고 어둑한 틈새로 과하게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 뭉텅이를 바라보는 심정이었다. 문득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먼 이국의 사막이 뜬금없이 떠올랐다. 처한 공간의 좌표를 알지 못하는 불안함을 안고 무작정 걸으며, 강렬하게 쏟아지는 열기에 휩싸여 헉헉대는 거라면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을까 싶다.

 

서글펐다.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건가. 방향은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의문이 들었다. 아닌 것 같았다. 걸어야 한다고 해서 걷지만 뚜렷한 목적 없이 기계적인 걸음만 옮겼다. 자신임에도 제 삶에 대해 무엇 하나 구체화할 수 없는 무력감이 덧씌워졌다.

오래전부터 명확히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열망이 쟁여졌다. 쌓아둠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주 내면을 툭툭 건드렸다. 그럴 때마다 허튼 갈망이라 여기며 스쳐 보냈다. 벗어날 수 없는 남루한 현실을 올무처럼 매달아야 하는 생활이었기에 지나치는 갈피마다 그 갈망을 구겨 넣어야만 했다.

그랬음에도 몸살 같은 열망은 빈번히 치올랐다. 일상 곳곳에서 틈새를 비집고 나와 울컥대는 설움으로 덮쳤다. 바닥을 마구 뒹굴어 형편없이 지저분하고 구겨진 옷자락을 보듯 속이 쓰렸다. 생활은 긴장 상태일 때처럼 자주 경직되었고 먼지가 잔뜩 낀 탁한 유리통에 갇힌 듯 답답했다.

더 이상 그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모호했으나 막연히 묻어두고 싶지 않았다. 속절없이 지나치는 시간을 허허로이 놓치면서 새로운 걸음을 떼는 시기가 더 늦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오래도록 짓누르던 어떤 것들에서 벗어나 정확한 보폭으로 정확한 지점을 향하고 싶었다. 그것을 확고히 끄집어내서 탁한 통 속을 벗어나 숨을 크게 내쉬고 싶었다.

 

푸른 장미의 징표가 박힌 목덜미는 나임에도 내가 볼 수는 없어요. 그러나 짧은 머리로 훤하게 드러나 많은 사람은 볼 수 있듯, 나와 아주 긴밀한 그들이 어디서든 확연히 볼 수 있을 거라 여기고 싶었어요. 기적이라는 꽃말을 가진 푸른 장미를 담고 있으면 그들이 실체를 드러낼 것 같아서요. 그 바람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간절히 믿고 싶거든요.

무얼까여자의 말은. 도영은 짐작하기 어려웠다.

허망한 바람인 줄 알면서 오랫동안 기를 머리를 단호히 자르고 피부에 상처를 내면서까지 문신을 새겨 넣는 간절함은 어떤 걸까. 쉽게 지워질 수 없는 표식을 몸에 심고서 긴밀한 이들에게 드러나길 바라는 기적은 무엇일까.

 

도영은 입력한 문장을 다시 읽어보며 어느 날 예기치 않게 다가든 여자의 무게가 문득 짚어졌다. 여자는 어쩌면 구름이 많이 끼어 흐린 날, 사이를 뚫고 나온 무심한 한때의 햇살 같은 걸까, 잠시 스치는 어지러운 빛의 산란 같은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이미 발길이 들어섰는데 미처 볼 수 없었던 차가운 유리면이 놓여 있다면혹여 그게 깨질까 불안해지는 거라면 어찌할까. 도영만의 그런 불안함이 확실시될지는 알 수 없으나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심경이 아주 쓸쓸해진다. 아무래도 여자를 향한 마음이 이미 깊어진 것 같다.

 

돌아보면 어머니에 대한 멀건 감정은 도영 스스로 쳐놓은 지독한 상실감의 다른 함량이었다. 채워질 수 없어 안타까이 갈구하는 헛된 발버둥이, 복병으로 도사렸다가 형체도 불분명하게 스멀대고 기어 나와 갉아대는 거였다. 어느 날 불현듯 절박한 무언가를 끄집어냈던 것도 그 발로의 표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것의 바탕이 글을 쓰고 싶다는 대체 염원의 궤였는지도.

 

척박한 길 위의 한 여자와 한 남자를 보며 결국 삶은 도돌이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딘가로 나아가고 무언가를 벗어내려 하지만 주체가 뿜어내는 수많은 욕망 안에서 뱅뱅 돌고 있는 건 아닌지. 그들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으려고 혹은 무엇을 깨닫기 위해 저토록 힘든 노정을 가고 있는 건가, 라는 궁금증이 들었어요. 과학 문명인 자동차에 앉아 편히 가고 있는 내게 대신 물었으나 대답할 수 없었어요. 내가 지나고 있는 현생의 시간 속에서 나라는 개체의 의미마저 파악하지 못하니 말이에요. 나 또한 수많은 욕망 안에서 뱅뱅 돌고 있는 우주 속의 한낱 미약한 존재니까요.

 

그래도 그 너머 막연한 어딘가를 향해 눈길에 바짝 힘을 주어 좀 더 먼 시선을 두었다. 그곳에 분명히 있을 거라 믿어질 뚜렷함을 잡고 싶었다. 무엇보다 흐려진 여자를 다시 보고 싶었다. 지난 계절처럼 여자의 이야기 속 시공간에 함께 섞여 생생히 흐르고 싶었다.

도영의 향망은 흐린 눈발 막을 활짝 젖혀버릴 듯 단숨에 치올랐다. 그랬음에도 시선은 더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몰아치는 눈발에 가로막혔다. 눈발의 이쪽과 저쪽인 경계의 혼돈에서 아른대는 절실한 갈망은 갈피를 잡지 못해 자꾸 흐려졌다.

 

 

추천의 글

질문에 대한 답은 둘 중 하나다. 도영이 눈길에 쓰러져 좌절하거나 반대로 끝까지 버티면서 눈길을 계속 걸어가는 것이다. 도영의 주위를 둘러싼 객관적 상황은 전자 쪽에 손을 들게 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문장을 따라서 푸른 장미 문신의 환영에 이끌려, 상실과 결여의 슬픔에 공감하고 간절한 그리움 혹은 갈망에 공감한 독자라면 후자 쪽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까뮈가 말했듯 세상에 대한 기본적 질문들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과 직면해서 싸우는 것, 그것이 영원한 욕망의 도돌이표를 계속해서 걸어갈 수밖에 없는 우리가 처한 실존적 상황에 대한 유일한 저항이자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결국 상실과 결여의 운명에 관한 대위법적 서사로 빚어낸 󰡔푸른 환영󰡕, 인간은 삶의 의미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관해 진지한 철학적 질문의 소설적 형상화다.

-장두영 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안개가 짙다. 사위는 거의 분간되지 않아 불안정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안개는 서서히 걷혔다. 일상에서의 활동 반경 가시거리는 확보되었으나 쨍하게 청명하지는 않았다. 미진함처럼 아주 미세한 연기가 퍼진 듯했다. 둘러싼 산자락 멀리 눈길을 건네면 여전히 흐릿한 윤곽이 아스라했다.

자동차를 타고 그런 날의 어느 공간을 달렸다. 길가 양쪽으로 서 있는 나무들 우듬지가 맞대다시피 울창했다. 그곳으로 햇살 무리가 집중 조명처럼 가닥가닥 비쳐 들었다. 나무들이 벗어내는 가을 색 물든 많은 이파리가 그 속을 춤추듯 날았다. 사분사분. 팔랑팔랑. 일시에 후르르 가 아닌 천천히, 꿈결같이 유영했다. 그 정경이 가슴 아리도록 쓸쓸하면서 아름다웠다.

󰡔푸른 환영󰡕의 도영과 여자를 생각했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글 속의 그들과 하나가 되었다. ‘도영이었으며 여자였다. 각기 다른 그들의 세계를 오가며 함께 했던 날들은 아슬한 생의 조각 조각으로, 흐릿한 안개 속 어딘가에 켜졌을 희미한 불빛을 찾는 일이었다. 그 속에서 같은 곳을 순연하게 갈망하며 공역의 접점으로 향하기를 바랐다.

이제 내 몫을 마친 나는 그들에게서 분리된다. 그들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와 무게로 남을지는 그들 몫이다. 만약어느 때 우연히 그들을 다시 만난다면 나는 심상해질까. 아마 잘 지내냐는 담백한 인사말 한마디를 툭 건네고 스치듯 그저 지나치게 될지도.

지금, 현실의 나도 꿈결처럼 떨어져 날리는 나뭇잎들 속을 그저 지나간다.

 

 

저자소개

 

 

강원특별자치도 고성 거진에서 태어났다. 2006󰡔문학마당󰡕 신인상에 해당화 피고 지는이 당선되어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진주가을문예에 중편소설 동행이 당선되었으며 중편소설 빨간눈이새로 김만중문학상, 중편소설 그림자 정원으로 원주문학상, 단편소설 봄날, 이야기로 강원문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의 뒤편에 드리운 시간들󰡕 󰡔낯선 틈󰡕 󰡔당신의 허공󰡕 장편소설 󰡔밤의 그늘󰡕이 있다.




댓글

  • 이월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3-11-20
  • 이현신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3-11-20
  • 공애린

    축하드립니다~💐

    2023-11-20
  • 성지혜

    장편소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3-11-20
  • 최성배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3-11-20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3-11-23
  • 손영목

    소설의 첫째 조건은 문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인용된 본문단락의 문장을 보면 개성의 어떤 가능성이 느껴지는군요. 그 개성을 계속 다듬어나가기 바랍니다.

    2023-12-06
  • 윤재용

    장편소설 『푸른 환영』
    출간 축하드립니다. ^^*

    2023-12-09
  • 김다경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2023-12-10
  • 김미수

    이서진 작가님의 이런 문장들이 참 눈길을 끄네요.
    -푸른 장미의 징표가 박힌 목덜미는 나임에도 내가 볼 수는 없어요.
    그러나 짧은 머리로 훤하게 드러나 많은 사람은 볼 수 있듯, 나와 아주 긴밀한 그들이
    어디서든 확연히 볼 수 있을 거라 여기고 싶었어요.
    기적이라는 꽃말을 가진 푸른 장미를 담고 있으면 그들이 실체를 드러낼 것 같아서요.
    감성적인 문체가 쉽게 소설에 빨려들게 할 힘을 가진 듯합니다.
    아마도 그런 감성은 그만큼 절실했던 어느날들의 추억에서
    발현되어 있다가 이렇게 소설로 나온 것이겠지요.
    이서진 작가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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