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목 정건영 작가 자전소설집 『이양선』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3-11-09 10:29:02
조회수 90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내면에

                                    드리운 시대의 그림자!

 

 

판형 140/210, 422

가격 13,000

ISBN 979-11-92828-25-1*03810

발행일 2023927

 

도서출판 도화

 

이 소설은

정건영 작가가 40여 년 동안 써온 소설에서 11편의 중·단편을 선정해 엮은 자선집으로, 소설을 발표할 때마다 동어반복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는 작가가 강박관념을 떨치기에 충분한 새로움과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양선異樣船에 수록된 소설은 작가의 경험과 관심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뭉쳐진 총화라고 불릴만하다. 일제 말엽에 태어나 태평양전쟁과 식민지 치하, 해방과 분단, 동족상잔의 6·25동란, 군사정권시대, 월남전 참전, 산업화의 갈등, 국제구제금융시대 를 살아온 작가에게 역사란 끊임없는 질곡의 반복이었다.

소설 이양선異樣船에 수록된 낯선 시간 위에서」 「후에에는 눈이 내린다」 「베트남의 혼령」 「이양선異樣船」 「승계」 「」 「골패」 「임진강」 「어머니의 눈썹 문신」 「의 그림자」 「호아글레이·호아글레이11편의 소설은 역사적 상황이 시대 혹은 개인과 괴리를 가지면서도 끊임없이 개인을 지배하는 존재임을 완벽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양선異樣船은 시대나 개인의 구성원인 개인들에게 드리운 역사의 그림자를 추적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순응하거나 극복하거나, 대립하여 저항하고, 파탄하고 고립되며, 살고자 타협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는 그것이 결국은 온전히 개인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식으로 인식하면서, 그것을 개인에게 던져진 역사의 돌팔매가 일으킨 파문으로 묘사하여 깊은 감동을 남기고 있다.

소설이 아무리 독자들이 경원하는 고답적 위치에 남게 되더라도, 삶을 마감하는 날까지 생애를 바쳐야 할 대상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는 작가는 오늘도 동시대를 살아온 같은 아픔을 공유한 사람들의 내면에 드리운 시대의 그림자를 잔잔히 들여다보며 그 시대를 생각하면서, 그것을 반영하는 작품의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단편소설

낯선 시간 위에서

후에에는 눈이 내린다

베트남의 혼령

이양선異樣船

승계

골패

임진강

어머니의 눈썹 문신

 

중편소설

의 그림자

호아글레이^호아글레이

 

본문 속으로

구찌 터널의 숲이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 위로 저녁놀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거대한 수레바퀴가 굴러와 김시운을 깔아뭉개고 저 멀리 달아나고 있다. 그는 사선 아래 모래밭에 피투성이로 으깨져 누워있다. , 거기에 내가, 데이빗이 또한 피투성이로 누워있다. 그러자 문득, 이 낯선 여행길을 언젠가 내가 똑같은 모습으로 지나갔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버스와 승객들도 그때의 그 사람들로 신기하게 낯이 익었다. 그때 김시운의 자살도 내 눈으로 보았었고 이제야 동일한 장면이 현실로 재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시감, 버스에 앉아 구찌의 저녁놀을 보는 내 모습도 과거에 보았던 기억의 재현이었다.

이 낯선 시간이 전혀 낯설지 않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낯선 시간 위에서)

 

한 주일을 치른 화마이 데불람 작전 이후, 많은 병력의 손실을 입은 중대는 기진맥진하고, 침울하고, 의기소침해 있었다. 장태산의 증세는 더욱 심했다. 대개 점심식사는 상황실에 모여 장교들끼리 하건만 장태산은 전령을 통해 몸이 불편하다는 전갈 한마디를 던지고 며칠째 상황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대대에서 날아오는 정보나 잠복초의 배치 문제로 그를 부르면 그는 마지못한 듯 상황실로 왔는데, 권총탄띠나 철모도 없고 정글화는 끈을 매지 않고 질질 끌고 있었다. 그의 눈은 암울하게 희번덕거렸고, 볼은 꺼졌고, 입술은 꺼멓게 말라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의 맑고 선홍빛이 돌던 피부는 어디로 갔는가. 그의 얼굴은 잿빛 어둠이 깔려 칙칙해 보였다.(후에에는 눈이 내린다)

 

본관 계단을 내려서며 문과대학 쪽을 쳐다보았다. 녹물 흘러내린 갈색 석벽에 앙상한 담쟁이 줄기가 깡마른 늙은이의 혈관처럼 불거져 늘어붙어 있다. 그 지하실, 과 연구실에 모여 문예사조를 정리한다고 졸라의 목로주점을 가지고 끝도 없을 듯 언성을 높여 토론하던 기억이 났다. 어둠이 내리고, 추위와 허기에 쫓겨 껌껌한 복도를 걸어 나올 때의 구두 발짝 소리의 울림, 달콤하게 느껴지던 피곤과 무언가 학문적 형체가 잡혀가고 있다는 즐거움, 교정을 일시에 바닷속의 신비로 몰아넣던 푸른 달빛……. 이런 감상적 분위기를 왈칵 뒤집으며 대장 격인 김일근 선배는 늘 소리 높여 고함질렀다. “배고픈 드라큘라들아! 오늘은 무얼 잡아먹는다? 생과부년? 생피 뚝뚝 흘리는 아다라시?” 그리곤 곧장 빈대떡집으로 가 막걸리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뿔뿔이 흩어졌었다.(이양선異樣船)

 

자 봐라. 골패의 요 구멍을 통이라 해. 두 통짜린 통코, 네 구멍짜린 지나, 여기 열두 통짜리 있지, 이건 줄육…….”

할머니는 온갖 정성을 다 기울여 골패놀이를 가르쳤다. 32쪽 골패가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놀이를 하는 것인지 처음 알았다. 나는 사실 할머니의 말을 듣는 체만 했지, 결코 민속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골패를 배울 의도는 없었다.

, 잘 봐. 요렇게 짝 맞춰 나가다 보면 요렇게 떨어지지. 요게 홀쌍소다. 이건 활개 치고 나다녀도 걸리는 것마다 재수다. 요렇게 떨어지면 쌍소…….”

할머니, 옹녀, 춘향이, 심청이, 장화 하던데 그건 뭐야?”

요망한 것. 별걸 다 귀담아들었구나. 그건 할미가 새로 맨들었다. 삼십 년 골패 하다 보니 이젠 내가 맨들어 하는구나. 남자들 노는 건 싱거워. 내가 맨든 게 재미있지. 호호호호.”

드디어 할머니가 활짝 웃으셨다. 그래서 내 목적은 달성된 셈이 되었고 이젠 다 배웠다는 거짓 너스레를 떨며 이불을 폈다. 그날 밤엔 할머니는 수면제도 안 드시고 온화한 얼굴이 되어 자리에 드셨다.(골패)

 

나의 베또집 출입은 꽤 잦은 편이었다. 거의 한 주일에 한두 번은 그곳에 출입하고 있었다. 오피가 반경 150미터의 철조망 쳐진 감옥이라면 밤에 4킬로를 걸어야 당도하는 베또집은 천상의 구원이었다. 김 형의 끝없는 전화 호출도 있었지만 적 지역의 호기심도 사라지고 일상적인 집단농장의 중노동만 관측하기도 지겨웠다. 한정 없이 임진강을 가르고 부는 겨울바람과 설산을 비추는 황량한 만월은 나를 고독 속으로 응집시키다 못해 짐승처럼 포효라도 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했다. 300미터의 바운다리를 랜턴을 들고 미친 듯 뱅뱅 돌다가 드디어는 사병침실의 양 하사를 조용히 불러내고야 마는 것이었다. 양 하사는 알았다는 듯 실내관측실로 들어가 충실히 내 임무를 대행했다. 긴급보고나 수시보고까지. 그리고 나는 새벽녘이 되어야 기진해서 되돌아오곤 했다.(임진강)

 

그가 떠올리는 분위기는 유귀적이고 신비로운 마력이 있으면서도 그것이 몽상이라기보다 어떤 질서와,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논리 같은 것이 깔려 있어 나를 겁주곤 했다. , 그 괴이한 논리를 펼치기 전에 변하는 그의 표정이라니. 골똘한 집념에 잠겨 눈그늘이 짙게 깔리고, 어둠 속에서 섬광 같은 것이 튀었다. 그 섬광이 스치고 나면 얼굴에는 더욱 짙게 어둠이 깔려 딴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신들린 무당의 표정이 그런 것일까. 그때의 그는 영은 어디로 떠돌고 육체만 남아 있는 것처럼 숨소리조차 사라진 듯했다. 인도의 요기들이 말하는 유체이탈이 그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의 그림자)

 

작가의 말

생각해 보니, 81년 제도권에 들어 소설가라는 직함으로 살아온 지, 어느덧 42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 세월 내내, 나는 소설이라는 무거운 배낭을 지고 방랑하고 방황하며, 때로는 작품집으로 이정표를 세우고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의 방향을 가늠하며, 천막을 거두어 다시 떠나기도 했다.

그동안의 소산은 중단편집 5, 거기에 출간을 기다리며 출판사에 가 있는 1권을 보태면 모두 6, 장편 3,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도 1권 발간하였다.

이 모든 작품들이 자아가 존재하고자 하는 내 삶의 징표로 써낸 것들이다.

돌이켜보면, 이 작품집 숫자는 어쩌면 나의 결과물이 독자들에게는 너무 방만한 것은 아닌가 한다.

이제 세월은 흘러 내 나이 팔순에 세 해를 더 헤아리니, 작가라는 이 생물학적 존재가 언제까지 더 글을 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신의 손짓에 달려 있을 것이다.

나는 내 작품들이 동어반복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치지 못한다. 매 작품마다 시작할 때는 새 국면을 만났다고 신선한 쾌감에 빠지나, 완성되었을 때는 결국 나의 좁은 의식에 갇혀있음을 발견한다. 이런 나의 강박관념을 떨치기 위하여 자선집 작업을 했다. 가급적 나의 다양성이 드러날 수 있는 11편의 중단편을 선정해 자선집으로 엮어 세상에 내보낸다. 이 한 권의 자선집이 내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 격의 없고, 다감한 독자와 작가의 만남의 광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자 소개

1963 대전고, 연세대 국문과 졸

1963-1968 해병대 장교로 군복무

1966 청룡부대 중위로 1년간 베트남전 참전

1969-1999 홍대부여고를 비롯한 고교에서 교직생활

1981 󰡔소설문학󰡕신인상에 단편 임진강으로 등단

 

작품집

소설집 󰡔골패󰡕(1988 ᄒᆞᆫ겨레) 󰡔멍에와 구두뒤축󰡕(1990 고려원) 󰡔후에에는 눈이 내린다󰡕(2002 명상출판사) 󰡔낮선 시간 위에서󰡕(2010 남양문화사) 󰡔바벨탑 앞에서의 점심식사󰡕(2014 도화)

장편 󰡔시장의 우상󰡕(1987 한국문학사) 󰡔벽 속의 풍경화󰡕(1995 한경출판사) 󰡔벼랑에 핀 꽃 수로󰡕(2013 아라출판사)

중편집 󰡔승계󰡕(1988 고려원)

동화 󰡔조스 분지의 비밀󰡕(2005 꿈소담이)

수상

만우문학상(1988)

한국소설문학상(2007) 

요산문학상(2010) 

 

 

 




댓글

  • 이월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3-11-09
  • 공애린

    축하드립니다~💐

    2023-11-10
  • 최성배

    수고하셨습니다.

    2023-11-10
  • 김미수

    정건영 선생님. 선생님과 낯선시간 속에서
    작품 이야기를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중단편선을 내셨다니, 반갑고도 반갑습니다.
    꼼꼼히 읽어보려 합니다. 존경의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3-11-10
  • 이현신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3-11-13
  • 김호운

    축하합니다

    2023-11-13
  • 손영목

    우리중대장님, 오래 전에 읽은 <후에에는 눈이 내린다> 다시 읽고 손뼉을 쳤습니다. 역시나....
    항상 조언과 성원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2023-11-14
  • 성지혜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3-11-20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3-11-23
  • 윤재용

    자전소설집 『이양선』
    출간 축하드립니다. ^^*

    2023-11-25
  • 김다경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수고많으셨어요~^^

    202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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