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목 박준서작가 소설집『화부정』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2-20 10:44:40
조회수 7




 

이 소설은

박준서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으로 단편 여섯 편과 표제작 화부정花富停을 일본어로 번역해 같이 싣고 있다. 소설집 화부정의 주인공들은 더듬이가 없다. 여기서 더듬이란 눈치, 경쟁, 이기주의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방편이다. 소설의 인물들은 그런 더듬이가 없다 보니, 설혹 있다고 하더라도 제 몫을 하지 못하는 더듬이뿐이라 그들의 삶은 온통 찢기고 상처받고 외롭다. 거의 자신의 의지 여부와 상관없이 삶의 국면에서 소외되어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가정의 가장으로 살면서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사람들을 믿지만 그들의 의도적인 배신이나 사고에 의해 일상이 산산이 부서진다. 작가는 그런 사람들의 묘사를 통해 사회 내부의 구조적 모순과 개인들의 실존적 위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특유의 희화성을 바탕으로 우회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화부정인물들은 평범하면서도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채 이명, 더블백, 곰 인형 정령 같은 짐을 하나씩 나누어지고 있는데, 그들은 그 짐을 통한 환각이나 환상을 꿈꾼다. 그것은 일상을 파괴당한 삶들이 만나고 싶거나 확인하고 싶은 또는 탈출하고 싶은 심리적 근원을 묘사한 것이다. 그래서 작가가 보여주는 환각과 환상의 크기는 그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사회적 고통이나 개인의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게 만든다. 소설의 결말은 대부분 쓸쓸하고 비극적인데 그것이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모의환자는 인간의 저 밑바닥을 아주 정확히 꿰뚫고 있는데 삶의 안과 밖 즉. ‘진짜모의가 서로 부정하지 않고 맞닿은 채 공존해야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는 현실을 강조한다. 더블백에는 인어가 산다는 죽은 오봉길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풍자적으로 풀어나가면도, 작가의 물질적 정서와 정서의 융합에 관한 더블백의 상징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더욱이 더블백 속에서 느끼는 텅 빈 결핍을 끈적거리거나 축축한 어둠의 인어로 끌어내는 효과는 정서의 환기력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새천년이 시작되는 밀레니엄 전후를 즈음하여 사람들의 뒤통수 부분에서 더듬이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더듬이가 나오면 자취를 감춘다는 더듬이가 없는 사람들의 삶의 고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작품이다. 사회에서 인칭을 부여받지 못하고 노숙자처럼 살아가는 더듬이 없는 사람들과 세상 사이 관계의 모호성을 잘 표현하고 있다. 홍의 전쟁은 실버타운에 입소한 노인들의 삶과 일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오늘을 보여주고 있다. 실버타운이라는 현실적 공간은 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빠르고도 정확하게 그리면서, 늙음과 죽음이라는 원초적 감성이 지배하는 이차적 상징의 세계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세계에서 본성을 잃지 않은 노년의 인물들을 통해 현실 세계를 무엇보다도 정직하게 보여준다. 악인 조도사는 조선시대 지금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 자리인 석천면 구지리 마을에 이천利川을 본관으로 하는 조씨曺氏 성을 가진 양반에 관한 이야기이다. 화부정花富停일본의 여관 화부정을 찾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로 몽환적인 분위기의 소설인데 이야기가 정교하고 치밀하다. 휴대폰에 달린 곰인형 정령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나 지점들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인물의 행위들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정령이 만들어낸 몽환적이면서도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이중구조의 엮임 속에서 신화적으로 보여준다.

소설 화부정에 깔린 희화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진지성은 오히려 버거운 현실에서 일탈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을 주고 있다. 또한 오래된 상처나 갑자기 버려지는 상황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인물들의 고통을 온몸으로 껴안으려는 작가의 의지가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의지가 구체적인 작품 속에서는 빗나가거나 어긋나는데 그것이 도리어 삶의 본질과 한계를 가늠하는 시금석으로 나타나 사뭇 색다른 상황으로 발전한다. , 인간 위선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자신을 방기한 듯한 몸짓으로 인간 본성의 진면목을 직간접적으로 두텁게 묘사해 현대인들이 잃어버린 인간적 가치가 무엇인지 묵직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목차

모의환자 / 07

더블백에는 인어가 산다 / 37

더듬이가 나오면 자취를 감춘다 / 75

홍의 전쟁 / 115

악인 조도사 / 149

화부정 / 179

번역_花富亭 / 215

 

해설

더듬이 없는외로운 영혼들의 위로, 화부정 / 255

작가의 말

 

본문 속으로

왜 새벽같이 안 하던 짓을 하더니 그러고 자빠졌어. 대체 아이들은 어떻게 할 적정이야?”

아내의 잔소리가 물속으로 잠긴다. 검고 푸른 바닷물이 머리 안으로 스멀스멀 배어들더니 매캐해지며 가득 찬다. 일어나려고 팔다리에 힘을 써 보지만 돌덩이가 매달려 있다. 안서운 씨의 반쪽은 일어나려고 용을 쓰는데 다른 한쪽에는 일어나면 절대 안돼!” 하며 말린다. 생각과 몸이 마른 땅 위의 지렁이 꼴이 되는가 싶더니 실제로 몸이 말을 안 듣기 시작한다. 젖 먹던 힘을 써 보지만 콘크리트처럼 굳어져 간다.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 팔다리의 신경줄이 툭툭 떨어져 나간다. 얼굴의 오른편에서 드라이아이스가 밀고 들어온다. 움직일 수가 없다. 얼굴의 반쪽이 없어졌다. 세포 반쪽들이 일제히 서릿발처럼 일어서며 외친다. 마비다, 마비! 비상! 하고 외치며 시피엑스를 발령한다. 절망감이 두터운 커튼처럼 눈앞에 드리운다. 무거워져 가라앉는 머리 위로 스피커가 켜지며 감독의 목소리에 커튼이 검게 변한다. 바위처럼 내리누른다.

그렇지 바로 그거에요 안 선생님! 지금처럼 하시란 말입니다. 자력으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거 아시죠? 마비환자는 못 일어납니다. 자꾸 일어나려고 용쓰지 말란 말이에요? 아시겠어요?”(모의환자)

 

화가 난 그녀는 앞에 보이는 것들을 뒤로 팽개치며 포복 앞으로 나아갔다. 가방 안은 끝이 없는 것일까? 식식거리며 분을 못 참던 그녀의 눈앞이 일순 아득해지는가 싶더니 어두웠던 곳이 백색의 빛으로 환해졌다. 깜짝 놀란 그녀는 황급히 뒤로 빠져나가려고 부지런히 손발을 움직였으나 이미 늦었다. 어찌 된 일인지 앞으로 나아갈 수는 있어도 뒤로 후퇴하기는 불가능했다. 이러다가는 갇혀서 질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무서워진 그녀는 이 불가사의한 가방 안에서 빠져나가야겠다고 눈을 감고 환한 곳을 향해 전진했다. 나가 이러다 인어가 되고 말지.(더블백에는 인어가 산다)

 

대답 없이 아파트 현관을 나서며 뒤통수 밑에서 더듬이를 안테나 뽑듯 세운다. 원래 더듬이과의 생물이 아닌지라 인간들에게는 더듬이가 없는 법이다. 그러나 문명이 최첨단으로 진보하고 또 사회 구조가 복잡해지기 시작하자 인간도 진화했다. 더듬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더듬이는 자기 집에 있을 때 혹은 목욕탕 찜질방 같은 곳에서는 몸 안으로 들어가 있어서 대개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수상한 주위의 공기를 감지한 달팽이의 그것처럼 출근 시간만 되면 본능적으로 불쑥 솟는다. 근무시간이 임박한데 그래도 안 나오는 경우에는 본인이 뒤통수에서 더듬이를 잡아 빼는 것이다. 처음 얼마 동안은 나만 이런가하고 감추기도 한 모양인데 너나 할 것 없이 뒤통수에 그것이 생기기 시작하자 이제는 출근할 때면 자연스레 안테나처럼 뽑고 다닌다. 이제 사람들의 더듬이는 공개된 비밀이라 할수 있는 존재가 되어 나는 더듬이가 없어. 내 눈엔 당신도 더듬이가 없군 그래.’ 하며 위선을 떠는, 서로 빤히 알고 있지만 겉으로는 그것이 없는 양 모두들 행동한다.(더듬이가 나오면 자취를 감춘다)

 

일국은 저승길도 혼자 알아서 가야 한다면, 우아하고 품위 있는 죽음이 사치일지 모르나 최소한 고독하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온 가족에게 둘러싸여 있다가 가는 망자는 저 세상에서도 큰소리 칠 것 같았다. 홍일국은 그런 호사를 못 누리더라도 중간은 가고 싶었다. 부산의 다세대 주택 어떤 노인처럼 집주인에게 백골 상태로 오 년 만에 발견되고 싶지는 않았다. 고독사. 할 수만 있으면 다시 듣고 싶지 않은 단어라고 일국은 생각했다.(홍의 전쟁)

 

생전에 자린고비보다 더 인색하고 놀부처럼 심통 많고 욕심 많던 조도사는 천년만년 영화를 부리며 오래오래 살 것 같았지만 결국은 객지에서 죄인의 몸으로 떠돌다가 비명횡사하면서 일생을 마쳤습니다. 하필이면 그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는 병자호란 때 강화도 수비대장이었던 김경징이란 작가 때문에 수없이 많은 백성들이 죽어간 장소들 중 한 곳인 강화도 초지진갯벌 가장자리였습니다.(악인 조도사)

 

가와구치 호수가에 있는 여관의 객실 노천탕.

주인과 동창생 여인 그리고 정령인 휘파람과 신비가 오늘 저녁 별하늘 산책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탕에서 각자가 말없이 생각에 잠기고 있었습니다. 두 정령까지도 별밤의 후지산을 바라보며 나는 전생에 그리 나쁜 역할로 살지는 않았나보다, 이런 행운이 내게도 오는 것을 보니.’ 하고 동시에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윽고 넷은 별밤의 쌍둥이 별자리가 되어 가와구치 호수와 후지산을 내려다봅니다. 꿈도 아니고 현생도 아니군요. 현실의 옷을 벗어버린 마치 전생에의 사인방 느낌입니다. 그리고는 어느 사이 미래의 후생으로 순간이동을 합니다. 그들은 현실에서 전후생을 동시에 느끼며 후지산과 함께 오늘저녁 별하늘을 주유하고 있었습니다.(화부정花富停)

 

추천의 글

󰡔화부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건 바로 이서미래란 이름이다. 입양한 딸의 이름 이서미래가 내포한 광의적인 해석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운동을 기대하게 된다. 아이를 입양할 때는 그 아이의 성까지, 통째로 이름 가져오기! 그렇게 통 큰 남자지만 연애감정에 있어선 애송이다. 연애라는 게 대상이 바뀌면 언제나 처음이니, 서투를 수밖에 없는 게 또한 연애의 운명이다. 입양한 딸과 딸의 생부, 어릴 적 놀이를 하다 던진 화살촉에 맞았던 여인과 그 여인의 첫 남편을 죽음으로 내몬 딸의 생부, 뒤늦게 만나 여인과 통정하지만 여인에게는 원수인 남자의 딸을 입양한 남자……. 결국 󰡔화부정󰡕은 인드라망을 얘기하는 거다. 세상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그물이지만 그물코마다 매달려 서로를 비추는 영롱한 빛에 대해서.

-김진초(소설가)

 

작가의 말

누구나 젊은 시절엔 한 번쯤 뿅가는 것에 몰두하게 됩니다만, 작가는 기차를 좋아했습니다. 오래전 사라지고 없는 통일호, 비둘기호를 타고 남한 일주를 몇 번이나 했었고, 길쭉한 일본이 기차의 나라인 것을 알고 완행열차로만 북해도 맨 위 와카나이/雉內에서 규슈 맨 아래 이부스키/指宿까지 노숙도 하며 댕기더군요. 죽기 전 유럽기차여행이 소원이라던데 무리겠죠?

 

한번은 왜 그러는데? 하고 물었더니 어디가면 재미있고 맛있는 게 있을까 한다나요. 물론 인생의 맛이겠지만 수확량은 대단치 않더군요, 왜냐하면 그의 인생이 짝퉁 일색이었거든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 군대, 직장, 연애, 결혼, 부모노릇조차 어느 하나 제대로가 아닌 짝퉁이었답니다. 그래도 멋쩍은지 한번은 꽤 주워 모은 것 같은데 배낭이 찼어.’ 하더군요.

 

저자소개

박준서

서울 노량진에서 태어나 남산 초교, 양정중, 고교, 중대 경제과를 졸업했다.

백마부대로 파월. 외국어학원을 하다 망했다.

2014󰡔한국소설󰡕 「모의환자로 등단.

기차여행을 좋아했고 스마트 소설에 흥미를 느껴 2022년에 󰡔환승역󰡕이 나온다.

 

번역 _ 增淵啓一(마스부치 게이치)

’62.12월 생.

일본 릿교(立敎)대학 사학과(일본사 전공)

1989년 한국유학 고려한국어 과정 수료

한일문화교류협회 사무국장 역임

한일문화교류연합회 일본측 회장

2005년 한일UN협회장 독도 회담시 통역 담당

유한,경인강사 역임

, 한일미래하트탱크 공동대표

, 피스트래블 대표이사




댓글

  • 이현신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20
  • 김창식(청주)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21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1-12-21
  • 김영두

    박준서 작가님, 출간을 축하합니다. 짐심으로요....... 언제 꼭 (고기+술) 파티 한번 하셔야 합니다.
    저는 책을 한권 출간할때마다 난산끝의 출산, 희열의 도가니(탕)입니다.
    박준서 작가님, 진짜 출산의 계획은 없으신지요.
    행복하시고, 만사형통하세요.
    좋고 기쁘고 이쁜 소식 기대하겠습니다.

    2021-12-23
  • 성지혜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24
  • 박준서

    성지혜,김창식,이현신 작가님 감사합니다⚘
    이광복 이사장님 고맙습니다 ~^^
    김영두 부이사장님! 출산계획은 없으나 고기+술파티는
    명하신대로 하겠습니다🔔🎈

    2021-12-24
  • 공애린

    축하드립니다~💐

    2021-12-25
  • 김성달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27
  • 이월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28
  • 정진문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31
  • 이정희

    박 선생 화부정 출간을 축하합니다.

    2022-01-03
  • 송주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2-01-06
  • 김채형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2-01-07

댓글쓰기




협회 Contact

  우) 04175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12, 한신빌딩 302

  전화번호: (02) 703-9837

    FAX: (02) 703-7055

  업무시간: 오전 10시 ~ 오후 4시

  이메일: novel2010@naver.com

  계좌 : 국민은행 827-01-0340-303 (사)한국소설가협회
              농협 069-01-257808 (사)한국소설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