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목 최숙미작가 소설집『데이지꽃 면사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2-20 10:34:10
조회수 2




이 소설은

최숙미의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표제작인 데이지꽃 면사포를 비롯해 아홉 편의 단편소설을 묶었다. 소설집 데이지꽃 면사포에 수록된 작품에 흐르는 키워드는 상처와 연민, 그리고 화해이다.

등단작인 교동이발소의 화자는 요양보호사이다. 그녀가 돌보는 이는 6·25 전쟁 때 황해도에서 피난을 내려와 구순의 나이답지 않게 목소리가 낭랑해서 초롱할머니라 불리는데 휠체어에 의지하며 산다. 6·25 때 곤란을 겪지 않은 이가 어디 있으랴만 초롱할머니도 누구 못지않은 고초를 겪었다. 작가는 소설의 서두에 초롱할머니의 딸인 칠순의 엽이할머니와 화자의 갈등을 드러내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절묘하게 암시하고 있다. 이 소설은 나이가 어떻게 됐든 개인으로선 어찌할 수 없는 전쟁의 상처로 인해 속으로만 움츠러들던 엽이할머니의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 시종일관 짠하게 읽히는데, 그건 바로 몹쓸 세상에 대한 화해의 몸짓이 아닐까.

눈을 감고 겨울수선화를 조용히 소리 내어 발음하면 노란 이미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괜스레 애달프게 느껴진다. 수선화 꽃말이 자기애, 자아도취이다. 겨울수선화의 화자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이다. 남편은 성욕이 너무 왕성하여 유산으로 병원에 다녀온 날에도 덤벼드는, 거부하게 되면 폭력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색정광이나 다름없는 남자이다. 사는 게 치욕이다. 당연히 성공적인 부부관계일 수가 없다. 그녀에게는 정말 미치도록 좋아하는 남자 우섭이 있다. 그 사랑은 아직도 유효하지만 세상일이나 사랑은 맘먹은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루어질 것 같다가도 마가 꼭 끼게 마련이다. 그 마 신애이다. 사랑하는 남자, 우섭을 뺏어간 손 가시랭이 같은 친구이다. 화자인 나에게 숙제가 남는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처지의 방향 전환이 아닌 신애의 운명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차피 나에겐 우섭이 행복이라는 등식이 자릴 잡고 있다. 그렇다면 신애가 어서 빨리 죽기를 바랄 것인가, 아니면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라도 오래 살기를 바랄 것인가. 작가는 그 어려운 판단을 독자에게 맡긴다. 독자들은 화자의 나쁜좋은이미지를 굳이 따르지 않고도 가망 없음에 대한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선택 앞에 서게 된다. 동백꽃집에 나오는 선비댁은 선비라는 말이 들어간 것처럼 양반가의 후손이 사는 집이다. 시대적 배경은 우리나라가 아직 경제개발이 이루어지기 전, 보수적인 풍토가 만연했던 60년대 중반이다. 화자는 10세 전후의 여자아이로 이 작품은 성장소설의 범주에 속한다. 비밀을 많이 품고 있는 듯한 이 선비댁, 아이들은 그 비밀을 하나라도 더 알아내려 기를 쓰면서 소설은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쇠락한 양반가가 으레 그렇듯이 그 집안을 이끌어가는 후손의 문제가 많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소설은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묘사해 삶의 이면을 보여준다. 소설집에 실린 작품 가운데 작가의 욕망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진 세계에 가장 합당한 것이 표제작인 데이지꽃 면사포이다. 이 작품의 화자인 나는 예비 시어머니의 사주에 아이가 없다는 타령에 의해 혼인이 깨져 비혼주의자가 된다. 그녀는 솔로들의 정기적인 모임에서 IT관련 사업을 하는 CEO를 만나 깊은 사이가 되고 결혼은 하지 말고 서로 즐기자며 동거를 시작한다. 그 후 둘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 미움, 증오의 현장과 감정이 시종일관 흥미로운 긴장을 동반하면서 흡인력 있게 흘러간다. 겨울수선화처럼 여자를 좋은나쁜의 두 부류로 나눈다면 이 데이지꽃 면사포에 등장하는 인물도 손가락질을 받아도 싼 나쁜이미지의 소유자이다. 작가는 왜 이런 인물을 그렸을까? 시대상의 반영일 것이다. 물질문명만이 급변하는 게 아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인간의 정신도 거울을 깨뜨리고 있는 시대이다.

이 소설집에 나타난 인물들은 상처로 얼룩져 있다. 노을병, 나쁜 소녀들, 분홍원피스, 페르소나의 인물들도 한결같이 상처로 얼룩져 있다. 심지어 설화를 다룬 길손, 이귀주에 나오는 찬모마저 인생 자체가 상처이다. 그 상처를 나름대로 도닥(연민)이고, 치유(화해)하려는 작가의 고투가 돋보이는 소설집이다.

 

목차

데이지꽃 면사포 / 007

동백꽃집 / 033

겨울수선화 / 059

노을병 / 087

길손 이귀주 / 113

나쁜 소녀들 / 141

교동이발소 / 167

분홍원피스 / 193

페르소나 / 215

 

󰡔데이지꽃 면사포󰡕를 읽고

-최숙미론_박희주(소설가) / 241

 

작가의 말

 

본문 속으로

수줍어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 이토록 생각이 깊은 사람인 줄을 세상 누구도 몰랐다니. 할머니마저도 집충이로만 알고 세상에 발 한 번 디딜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 저 아까운 인생을 어찌할까.

교동이발소 같이 갈까요?”

엽이할머니가 처음으로 이를 다 드러내고 웃는다. 양쪽 어금니가 빠지긴 했어도 박속같이 환하다. 저토록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니!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을 알았음일까, 내가 엄지 척을 했다. 이제 사랑을 받을 줄도 알고 줄줄도 알았으니, 세상사는 재미에 푹 빠지시기를.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교동이발소를 가듯 무모할지라도 부딪히며 살아가시기를. 겨우 매듭 푼 인생 다시 헝클어지지 않고 무늬 넣은 조끼를 짜듯 쫀쫀하게 살아가시기를. 평생 품어보지 못한 순홍빛 연정도 품어보시기를.( 교동이발소)

 

매운탕을 데워 술을 마셨다. 3년 새에 병환으로 돌아가신 우섭이 부모님과 우리 엄마 안부를 물어가며 주거니 받거니 했다. 나는 술이 약한 탓에 이내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차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뒷문을 여니 비바람에 산대가 설겅거렸다. 추녀 밑엔 흰 수선화가 몽우리를 맺은 채 늦겨울 비에 떨고 있었다.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수선화에 뿌려진 비를 훔쳤다. 키가 작네. 응달이라서. 무릎 담요를 가져와 등을 덮어주었다. 그래도 꽃은 피니라. 그가 함께 쪼그리고 앉으며 내 머리를 감싸 안았다. 낮에 하던 손길이 아니었다.(겨울수선화)

 

혼자 집에 있는데 아저씨가 왔다. 곳간이며 뒤란을 돌며 금주를 부르다가 갑자기 나를 보고 팔을 벌리며 금주야 했다. 나는 깜짝 놀라 금주 아니라고 소리를 질렀다. 한참이나 나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갔다. 아저씨가 집집마다 다니며 금주를 찾는 바람에 밤잠을 설친다고 야단들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한밤중에 아저씨가 금주를 부르며 우리 집 방문을 열었다. 거의 울듯이 금주가 여기 있다고 방으로 들어오려 했다. 할머니는 금주는 서울에 있다며 막아섰다. 아저씨는 나를 보고 아빠랑 집에 가자고 애원했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금주 아니라고 악다구니를 했다. 할머니가 뭐라고 꽥 소리를 지르자 놀란 아저씨가 떠밀려 나갔다. 후다닥 문고리를 거는데 아저씨가 유모, 행자 어디 갔어? 했다. 할머니가 쉿! ! 하더니 두 사람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행자는 우리 엄만데 왜 아저씨가 우리 엄마를 찾을까. 한참 만에 들어온 할머니는 등잔불을 꺼버리고 누웠다. 할머니, 그 아저씨가 왜 우리 엄마를 찾아? 할머니는 잠든 척 코를 골았다.(동백꽃집)

 

사랑이 끝나려나. 남편처럼 친구처럼 지냈던 신뢰의 성이 방생이라는 출구에서 푸슬푸슬 무너져 내렸다. 파혼했을 때는 이유가 분명해서 상대를 죽도록 원망하고 미워했건만 그를 놔 줄 생각을 하니 종잡을 수 없는 허탈감이 몰려왔다. 불안해진 나와는 달리 그는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쪽과 연애 중이면 나와는 뭐지? 이별 중? 아직은 못 보내. 제안을 했다.

파트너 어때?”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그래서 부담도 없었고.”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됐어.”

내가 보내지 않아도 그가 가버리면 이별인 거겠지. 방생은 그와의 강철 같은 사랑을 자랑하는 객기 같은 거였는데. 아주 먼 훗날의 일이거나 그런 순간은 오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있었는데, 떠나기 위한 비상구였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왜 이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지 못했을까. 보내줘야겠지. 이별은 어떻게 하는 거야? 방생은 내 인생행로를 망쳐버릴 키였나. 설마 완전히 떠나는 건 아니겠지. 아직은 못 보내. 아직은.(데이지꽃 면사포)

 

그놈의 언니, 불륜 유지를 위해 나를 파수꾼으로 세우겠다니. 발정 난 암코양이가 따로 없어. 차라리 들켜버려라.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들에게 죽음처럼 강렬한 사랑의 진원지는 뭘까? 불균의 극치일까. 베개를 안고 몇 번을 뒤챘다. 나도 누군가와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죽음처럼 강렬할까. 남자의 가슴을 더듬듯 베개를 더듬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이 만져지는 듯 눈이 감겼다. 언니! 남편의 여자가 시궁창의 암쥐같이 언니를 불러 화들짝 놀라 눈을 떴다. 그새 꿈을 꿨던 것이다.(페르소나)

 

추천의 글

최숙미 작가는 욕심이 많은, 형편없다는 소릴 죽기보다 싫어하는 소유자였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묵묵히 산을 내려가는 시지프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체념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읽고 또 읽고, 고치고 또 고치고, 그러면서도 새로운 작품을 연이어 써대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남편의 사업을 뒷바라지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게 하는 한편, 사업장 한구석에서 오로지 온전한 작품을 위하여 고민하고 매진하는 모습이 안 봐도 보였습니다. 그 결과 2018󰡔한국소설󰡕 신인상에 단편 교동이발소가 당선되는 영광을 안았으며 이제 첫 소설집 󰡔데이지꽃 면사포󰡕를 출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박희주(소설가)

 

작가의 말

인생은 갈래 어디쯤에든 샘을 만들어 주기도 하죠. 기웃거려보지도 않던 소설이라는 샘을 만나 설레었습니다. 내 문학의 또 다른 장르에 도전한 셈이지요. 참을 수 없는 소설 쓰기의 유혹에 빠졌습니다. 소설을 읽을 때와 쓸 때의 시각은 달라졌지만 어려웠습니다. 헤매고 겉핥고 헛짚었지요. 눈떠야 했습니다. 냉철한 비판에 인격을 버렸고 칭찬은 접고 들으려 했습니다. 내 성품에 묶이지 않으려 했고 속살 우려내기를 위한 노력도 했습니다. 재촉하는 이 없었지만 기다림을 요청했지요. 첫 소설집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었습니다.

 

첫 소설집 󰡔데이지꽃 면사포󰡕를 출간합니다.

퇴고를 하며 눈 씻김을 한 곳이 있습니다. 회화나무와 백일홍 꽃이 넌출 되는 곳입니다. 여름풀이 무성하고 인적이 드물었어요. <아름다운 청승>이라 이름 지어놓고 쉼을 가졌습니다. 거무스름한 벤치에 꽃무늬 손수건을 펼쳐 놓고 차를 마셨지요. 갓 태어난 거미들의 서툰 몸짓을 지켜봤습니다. 저들도 정교한 거미줄을 치기 위해 열정을 쏟을 것 같았어요. 저 역시 무늬 있는 소설집을 내고 싶었습니다. 정교하지 못할까 봐 출간을 미루고도 싶었고요.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이슬 맺히는 소설집이 되지 않을까 하여 결단을 내렸습니다.

교정지를 보내고 산수유 열매가 발갛게 익은 나의 쉼터 <아름다운 청승>에 앉았습니다. 몇몇 군상들과 동화되며 빚어낸 소설집입니다만 심사자들 앞에 선 느낌이랄까요.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가슴이 뻐근하기도 했고요. 사랑받는 소설집이었으면 하는 바람인 것 같습니다.

 

저자소개

경남 고성 출신

계간 󰡔에세이문예󰡕 수필 등단

󰡔한국소설󰡕 소설 등단

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 한국본격문학가협회 중부지부장, 한국수필가협회, 부천여성문학회, 동심문학회원, 부천신인문학상운영위원.

풀꽃수필문학상, 한국에세이문학상, 문학신문사 작품상, 원종린수필문학상 작품상 수상.

수필집 󰡔칼 가는 남자󰡕 󰡔까치울역입니다󰡕

소설집 󰡔데이지꽃 면사포󰡕

 




댓글

  • 이현신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20
  • 김창식(청주)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21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1-12-21
  • 성지혜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23
  • 공애린

    축하드립니다~💐

    2021-12-25
  • 김성달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27
  • 이월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28
  • 정진문

    출간을 축하합니다.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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