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목 김채형작가 장편소설 『외로운 방』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1-27 08:07:56
조회수 4




이 소설은

그동안 중산층 언저리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결혼과 부부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즐겨 다루어 온 김채형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밖으로는 순탄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속을 헤집어보면 누구나 있기 마련인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인내하는 삶을 담백한 문장과 속 깊은 사유로 형상화해온 작가는 신작 장편소설 외로운 방에서도 그 특유의 어법으로 우리 삶에서 부부관계란 무엇이고, 가족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암이 재발했다는 검사결과를 받은 정원은 구름 한 점 없는 초가을 하늘을 보며 캐나다에 있는 자식들과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남편인 상현에게는 검진 결과 이상 없다고 거짓말을 한 정원은 진중하고 늘 말이 없는 상현을 생각하면 재미가 없다. 정원은 치료를 미루고 딸 지윤과 아들 지수 그리고 남편과 함께 크루즈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크루즈 여행 동안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지윤과 마흔살이 되도록 미혼인 지수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원은 상현과의 결혼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상현은 상현대로 마음이 착잡하다1980년대 후반, 자신의 뉴욕 지사 파견 근무를 계기로 가족들이 외국 생활을 하다가 아들과 딸은 캐나다로 이민을 가고, 상현은 아내와 둘이 살고 있다. 그는 그동안 나름대로 가족을 위해 성실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파키슨병을 앓고 있는 자신을 고쳐달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정원에게 어떻게 말할까 고민이 깊다. 이혼 후 혼자 아들 진호를 키우면서 살아가는 지윤은 크루즈 여행에서 대학시절 좋아하던 남자와 재회하고, 지수는 사귀는 여자와의 결혼 때문에 생각이 깊다. 이처럼 각양각색의 삶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가족의 사연이 크루즈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빛과 그늘로 서로를 조명하는 장치가 되어 속내를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과정에서 저마다의 현실을 고민하거나 위안하면서 일상적 삶에 대한 주체적인 대응을 고민한다.

김채형 작가는 외로운 방에서 너무 익숙하지만, 그래서 충분히 탐구되지 않은 우리 주변의 가족, 결혼에 관해 예민하게 주시하고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의 다시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관계에의 집요한 재발견이라고 말하고 있다. 가족과 결혼이라는 두꺼운 겹들 사이에 숨은 삶의 진실에 다가서기 위해 작가는 때론 뒤틀고 때론 재해석하고 때론 고집스럽게 서사의 틀을 다지고 있다. 우리가 감당해야 할 현실 세계는 진정 그 두꺼운 겹 사이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 작가는 그 힘든 작업을 위해 여전히 고투를 벌이고 있다. 전통적인 서사문법과 이야기의 위력을 믿고 있는 작가는 개성적인 인물들과 그들의 내면과 외부를 넘나드는 상황을 통한 이야기의 효과를 극대화했고, 그 극대화된 이야기야말로 개인이 현실에 맞서는 회심의 힘이라는 것을 외로운 방을 통해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목차

작가의 말

 

의사의 선고

부부의 온도

크루즈 선을 타다

첫날의 만찬

스무 살의 진실 게임

땅끝에서

스무 살의 마지막 기억

꼭 필요한 말 한마디

제비섬에서

그대에게 이르기까지

천년 사랑의 인연

 

본문 속으로

치료받지 않으면 얼마나 살 수 있냐는 그녀의 물음에 의사는 한 일 년 정도?’라고 대답했다. ‘치료받지 않으면이라는 단서가 붙기는 했지만, 시한부 선고를 들은 거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마치 감기니까 며칠 약 먹고 쉬면 좋아질 거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어떤 동요도 없었다.

그녀는 언젠가 재발할 수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살았다. 그렇더라도 의사의 재발 선언에 의연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그때 이미 마음을 내려놓았던 때문이 아닐까 짐작되었다. 마음을 내려놓았다는 말은 포기했다는 말은 아니었다. 최선을 다하되 그래도 안 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이었다. 지난 십오 년 동안을 그런 마음으로 살았다.

 

지윤과 지수가 상현과 정원 앞에 커피를 날라다 각각 놓고 자신들이 앉은 탁자에도 내려놓았다.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입맛에 딱 맞는 커피였다. 평소 단맛을 좋아하는 상현은 설탕과 프림이 각각 두 스푼씩 들어간 더블더블이고, 수면 시간이 짧은 정원은 카페인 성분을 제거한 디카프였다. 지수는 블랙에 우유만 조금 넣은 커피, 평소 커피를 즐기지 않는 지윤은 카모마일 차였다. 커피를 마시는 취향으로만 보면 이 가족들의 성격이 각양각색으로 보였다.

 

어쨌든 상현은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해결을 위해서는 그녀와 깊이 있는 대화를 해야 했는데, 그는 속을 드러내고 말하는 방법에 서툴렀다. 일일이 낯간지럽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말로 표현 하나 안 하나 다 마찬가지라고 여겼는데 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는 늘 모든 게 마찬가지라고 두루뭉술하게 넘기기를 잘했다. 그 말만 나오면 정원은 어떻게 세상사가 다 마찬가지냐고 질색하며 버럭 화를 내곤 했다. 그것이 바로 그녀와 그의 성격 차이인 셈이었다.

 

지수는 썬베드에 등을 기대고 앉아 밤바다를 응시했다. 칠흑 같은 어둠에 싸인 바다가 그의 가슴으로 안겨 오는 거 같았다. 그리고 형태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 색깔이 그의 두 눈을 장막처럼 덮쳐오는 느낌이 들었다. 한없이 막막했다. 순간 놀라움으로 숨이 막혔다. 숨을 깊게 내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윽고 검은 선의 수평선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그리고 둥근 수평선 위로 피어오른 구름 덩이가 희끄무레하게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커다란 유리공 속에 들어앉아 있는 거 같았다. 그러고 보니 공은 자신을 품고 있는 둥근 지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은 나는 무엇일까?’하고 자신에게도 묻게 되었다. 그리고 상현에게 있어 자신은 한낱 종에 불과한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녀는 우울해졌고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상현은 한 침대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잠을 자면서도 그녀가 날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그 정도로 관심을 두지 않았고 둔감하기까지 했다. 절망감마저 들었다. 그녀는 차츰 생에 대한 의욕을 잃어갔다.

 

그녀는 가부장적인 제도라는 시대적 배경의 희생자 세대에 속한다고 할 수 있었다. 여성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고루하고 억압적인 관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끝자락 세대로서 어쩌다 코가 꿰어 끌려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특히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에서 동반자 개념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종적인 관계였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일방적으로 순종하는 형태의 삶을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고 여겼으며 상현 역시 정원의 그런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여자니까 일방적으로 참아야 한다는 사고에 대해 몸서리쳤다.

지윤이 이혼하게 되었을 적에도 그녀는 그런 맥락에서 판단했다. 이혼 사유가 두 사람의 성격 차이 정도를 넘어서 가부장 제도의 잔재에서 비롯되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있었다.

 

상현은 마음속으로 자신이 앓고 있다는 파킨슨씨병을 고쳐주시라고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그 얼마 전 감기로 동네 병원에 들렀다가 잠버릇 상담까지 하게 되었는데 전문의를 만나보라는 말을 듣고 혼자 대학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었다. 어머니가 치매로 세상을 떴으니 유전적인 요인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것이 그의 두 번째 기도였다. 하지만 아직 두 번째 기도를 들어주셨다는 확신은 없었다. 그의 병은 느리지만 계속 진행 중이었다.

그가 맨 처음으로 한 기도는 15년 전에 정원이 암에 걸려 대수술을 받았을 때였다. 아내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자 앞이 캄캄했다. 그는 제발 아내를 살려주시라고 수술 시간 내내 병원의 성전에서 무릎을 꿇고 간절하게 기도했었다. 아내를 살려만 주신다면 세례를 받고 하느님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기도한 대로 정원은 난소암을 이겨냈다. 그리고 상현은 하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되었다.

 

정원은 상현의 말에 갑자기 못 들을 말이라도 들은 듯 쑥스러워졌다. 진정 낯선 말이었다.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녀는 자신들이 어떤 사고도 당하지 않고 멀쩡하게 살아있으니 되었다고 여겼다. 어쨌든 살아있으니 지난 시간을 뒤돌아볼 수 있었고, 목석같이 뚝뚝한 남편으로부터 사랑한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다. 살아 있다는 사실, 이거야말로 진정 기쁨이며 무한한 가능성이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헤어지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그러고 보니 긴 세월 동안 결혼을 지속시키는 힘은 사랑보다는 신뢰와 인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이제 완전 화해가 된 거야?”

그냥 당신을 보이는 대로,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어요. 평생 정말 재미없고 삭막했지만, 당신이 말을 안 해도 이제 워낙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아요. 그대로 보기까지 참으로 오래 걸렸네요.”

그 말에 상현이 시죽이 웃으며 다시 말했다.

나도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당신은 조금도 실패하지 않았어. 완전히 성공한 인생이야. 많은 어려움에도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았으니까.”

그런가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마워요.”

그때 정원의 머릿속에 반짝 스치는 게 있었다. 바로 간밤의 꿈속에서 보았던 수많은 마야인의 환영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과 상현의 얼굴 모습을 한 마야인 남녀. 그들이 입었던 전통 복장과 어젯밤 바다에 빠진 남녀의 차림이 같은 복장이었다. 어젯밤에 바다에 빠진 그들은 바로 그 마야인 남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상현과 자신은 마야인의 혼을 가졌으며 천년 사랑의 인연으로 맺어진 부부라는 말인가?

 

작가의 말

그들의 삶은 평범해 보이지만 속을 헤집어 보면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어김없이 고난과 역경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모두 고난으로 점철되거나, 반대로 평탄하기만 한 삶도 아니다. 때로는 고난을 겪으면서도 성실성 하나로 극복해 내고 그 결과를 누리기도 한다.

특히 지난 세대의 사고를 대표하는 가부장적인 관습과 제도의 영향을 받은 그 평범한 계층, 그들이 생각하는 결혼은 무엇인가, 그들이 생각하는 부부란 무엇인가를

 

저자소개

충청남도 출생.

대전여자고등학교 졸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과 졸업.

2003년 단편소설 고양이가 사는 집으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이후, 다수의 단편소설과 중편소설, 그리고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2013년에 소설집 󰡔그 사막에는 야생화가 있다󰡕 출간, 2018년에 소설집 󰡔더 이상 밀밭은 없다󰡕출간했으며, 2019년에 장편소설 󰡔방아코󰡕를 출간했다.

2020년에 고학년 장편 동화 󰡔민들레 피는 뜰󰡕을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2005년을 대표하는 문제 소설󰡕에 단편소설 분이가 선정되어 실렸으며, 2회 아시아문학콩쿠르상 우수상과 제5회 해외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캐나다 토론토 근교 오로라에 거주하면서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국제PEN한국본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댓글

  • 이현신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1-29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1-11-30
  • 공애린

    축하드립니다~💐

    2021-12-02
  • 김채형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12-07
  • 최문경

    장편소설 『외로운 방』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10
  • 성지혜

    장편소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10
  • 김성달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13
  • 정다운

    장편 출간을 축하합니다.

    2021-12-14
  • 이월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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