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목 김현주작가 소설집『우사단약국』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1-22 15:40:21
조회수 3




이 소설은

김현주 작가의 첫 소설집으로 극한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정착에의 의지와 격심한 고통으로 점철된 아프고 외롭고 두려운 현실의 강렬한 리얼리티가 돋보인다. 빤한 것이 아닌 색다른 리얼리티를 갈구하는 작가의 시선은 리얼리티를 뚫고 들어가 헤집고 흔들어 현실을 체험으로 흡입하는 강렬한 소설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 우사단 약국은 철거를 앞둔 우사단 거리의 풍경을 그리면서, 조각의 퍼즐 맞추기 같은 단편의 전형성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로 인간을 옭아매는 조건들이 가시화되어 나타난다. 레테의 강가에서는 딸과 아버지의 사연을 풀어가는 화자의 담담한 독백이 인상적이다. 아버지란 대체 무엇인가? 묻고, 아버지는 아버지이고 끝내 아버지이고 마는 존재라는 것을 레테의 강상징으로 수준 높게 형상화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의 내일역시 극한 상황에 내몰린 인물 이야기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구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많이 보고 들은 이야기를, 20년간 식당과 한 몸이었고, 인생의 전부였던 언니의 삶을 통해 절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톤레삽 호수는 앙코르왓이라는 거대한 유적지가 있는 캄보디아 씨엔립을 배경으로 한국인 여행객을 상대하는 가이드 여자의 신산한 삶을 그리고 있다. 건널목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건널목 사고로 사망한 후 이혼을 하고 보건소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명숙과,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렸지만 말과 기억을 잃은 채로 살아남은 시월의 사연이 교차하면서 입체감을 획득하는 이야기이다. 항상제 사용법은 중환자실의 임실댁 모습을 통해 인간 욕망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임실댁 마음 저 밑바닥에 똬리 튼 돈에 대한 정직한 욕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냉혹한 돈의 질서 아래 고통받는 욕망이란 역설적으로 바로 그 지배 체계의 질서에 고스란히 침윤된 욕망이라는 것을 명징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레드썬은 오래된 주택을 원룸으로 개조해 세를 놓았던 엄마 대신 원룸을 관리하는 정애와 세입자 아모르의 자기 최면 같은 삶을 그린다. 두 인물이 주고받는 대화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핵심을 비껴가는 것은 어떤 결핍이나 고립감의 절대적인 표현이다. 디아스포라의 꿈은 칭따오 해양대학을 졸업한 조선족 청년이 불법체류자 처지가 된 애환의 시간을 그리고 있다. 조국을 떠나 떠도는 인물의 현장성과 내면 감정선의 흡인력이 뛰어나 공감의 폭이 크고 넓다.

극한상황에 내몰리는 우사단 약국소시민들에 대한 작가의 천착은 점점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시간, 공간, 기억들을 다시 소환하면서 그런 것들이 사라진 까닭을 충분히 유추시키고 있다. 그것이 인물들의 지독한 고통, 원망의 근원이거나 죄의식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현실이나 기억에서 사라지고 망각된 것은 억압되고 통제되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한데, 고통을 잊기 위해, 상처를 잊기 위해, 평온한 일상을 위해 우사단 약국의 인물들은 타인과 자기를 다독인다. 그러다가 스스로 그 근원을 찾아 나서거나 그것들이 눈앞으로 되돌아오는 현실에 부딪치는 순간을 정밀하게 그린다. 그러면서도 그것들의 진실, 상처와 마주하는 순간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경험하는 현재적 시간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목차

우사단 약국 / 007

레테의 강에서는 / 031

젠트리피케이션의 내일 / 055

톤레삽 호수 / 081

건널목 / 105

항생제 사용법 / 131

레드썬 / 157

디아스포라의 꿈 / 181

미니멀 라이프 / 207

 

해설 / 213

상황과 인물의 절묘한 조화, 그 리얼리티의 힘_김성달

 

작가의 말

 

본문 속으로

우사단 길 한쪽 끝에서 반대편을 향해 걸었다. 이슬람성원과 주말마다 플리마켓이 열리던 계단도 가보았다. 어릴 적 잠시 살던 아주 좁은 골목의 이층집도 스마트 폰에 담았다. 도깨비시장은 인적조차 없어 그야말로 도깨비만 사는 시장이 되었다. 매일 심부름을 다니던 가게에 두부 담던 판만 엎어져 있다. 두부가게 아줌마는 어디로 갔을까? 상이용사촌 입구의 목욕탕은 목욕탕이었음을 알 수 있는 목욕탕 표시만 남았다. 교회 앞에서는 피아노를 만지지 못하게 하던 인색한 목사도 떠올랐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다.(우사단 약국중에서)

 

찾아간다고 언제나 아버지를 만날 수 있는 것도 돈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거기서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면 아버지 직장 앞으로 가서 만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가기 싫은 눈치를 보이면 엄마는 아버지에 대한 욕을 폭풍처럼 퍼부으며 눈을 부라렸다. 나는 사람들이 오가는 길에서 아버지를 놓칠 새라 눈을 고정시켰다.

왜냐하면 엄마의 무서운 호통과 눈초리가 내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어쩌다 아버지를 만나면 이번에는 반갑지 않고 귀찮은, 화내지 못해 짜증 난, 그래서 더 외면하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눈길을 감당해야 했다. 그렇게 엄마에게 내쫓겨 아버지의 뒤를 찾아다니는 기간이 길지 않았다 해도 내겐 아주 오래도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았다.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내가 겪은 것에 엄마로 인해 덧입혀진 것들임을 엄마도 짐작할까? 한 번도 그때 일을 서로 꺼낸 적이 없다.(레테의 강가에서중에서)

 

판결의 소문은 빠른 속도로 식당에서 멀리 퍼져나갔다. 패소한 것과 음식의 맛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식당을 찾는 손님의 수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사람의 에너지로 지탱했던 건물의 내부가 비어가자 건물은 빠르게 노화되는 것 같았다. 가게를 비우라는 통지서도 우체부가 가져왔다. 절대 떨어질 수 없는 한 몸 같았던 언니와 가게는 분리되었다. 가게와 분리된 순간, 언니에게 남은 건 빚뿐이었다.(젠트리피케이션의 내일중에서)

 

관광객을 태운 배들이 일몰을 보기 위해 소리를 낮추고 천천히 움직여 호수 가운데로 향한다. 타오르던 해가 호수를 핏빛으로 물들이려고 수평선 가까이로 움직인다. 수평선에 붉은 기운이 서리자 나의 뇌리는 비릿한 냄새를 인지한다. 뇌는 피 냄새와 물고기 냄새를 구분하려 애쓰지만 내 기억 속 냄새의 지배를 더 받는 것 같다. 닫히지 않은 자궁에서 쏟아져 나오던 피 냄새가 뇌와 코 사이를 왕래하며 소멸되지 않는다. 울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미 눈물이 흐른다.(톤레삽 호수중에서)

 

두 사람은 십수 년이 넘도록 함께 생활하면서 아직도 서로의 과거에 대해 직접 묻고 답하지 않았다. 명숙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고 시월은 아직도 과거에 대한 기억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가 수반되어야 한다. 현재의 그 사람은 과거로부터 단단하게 축적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만으로는 전체를 이해하기 부족하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은 익숙한 반면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건 예의와는 달랐다. 가방을 챙기는 시월에게 왜 따라가려는지 이유를 묻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가고 싶은 게지. 가고 싶으면 가야지. 명숙이 시월을 이해하는 방식이었다.(건널목중에서)

 

커다란 비닐봉지 안에 6개씩 가지런히 들어있는 화장지가 드러났다. 비닐봉지를 잡아당겼지만 그녀의 힘으로 쉽게 들리지 않았다. 몇 번을 시도하다가 비닐을 찢고 두루마리 화장지를 하나씩 들어냈다. 6개를 들어내고 그 옆의 비닐봉지를 찢어서 또 들어냈다. 두루마리 화장지가 빠져나간 자리 밑에는 검은 봉지가 있다. 봉지를 풀자 차곡차곡 포개진 오만 원권 다발이 돈 냄새를 풍기며 나왔다. 봉지를 틀어쥐고 일어서던 임실댁이 휘청거리며 주저앉는다. 다시 일어나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나고, 엎어지면 다시 일어나고 밤새도록 임실댁은 돈 봉투를 놓지 않고 일어서기를 반복한다.(항생제 사용법중에서)

 

신호에 따라 최면에 들어가고 나가게 된다면서, 그 신호를 레드썬으로 하겠다고 했다. 그건 최면에 들어가고 나가는 신호 같은 것이었다. 레드썬을 반복하는 소리를 세 번째까지 들었을까? 그리고 시간이 흘렀고 다시 레드썬이 들렸을 때 정애는 최면에서 빠져나왔다. 그때 들었던 레드썬은 마치 괜찮아, 괜찮아 같았다. 머릿속은 뿌연 안개 속이었고, 몸이 무거워 쉽게 일어날 수 없었다. 눈물을 흘렸었는지 눈가가 촉촉하고 침을 삼키자 목이 아팠다. 기억이 팔려나간 것처럼 허허로웠다. 의사는 한동안 정애에게 아무런 지시도 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다. 아마도 그날 그놈 일을 꺼냈을 것이다.(레드썬중에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연변을 떠나기 전까지는 연변이 내가 아는 세상의 전부였다. 연변은 조선족 자치주이고 조선어가 공용어였다. 하지만 큰 도시로 나오니 차별이 무엇인지, 차별받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신장 쪽에서 온 위구르족을 베이징의 숙박 시설에서 받지 않는 걸 목격한 순간부터였다.() 어느 날 친구가 빌려준 책에서 재일교포 작가인 서경식의 칼럼을 우연히 읽었다. 모국에서 살지 못하고 떠도는 디아스포라들을 수레바퀴 자국 고인 물속의 붕어에 비유한 글이었다. “말라 가는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의 붕어는 침으로 서로의 몸을 적신다는 루쉰의 글을 인용한 칼럼을 읽으면서 정체불명의 감정이 갈라진 내 살을 파고드는 것 같았다.(디아스포라의 꿈중에서)

 

 

추천의 글

󰡔우사단 약국󰡕은 특이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자기만의 말투가 도드라지는 세계이다. 이야기의 논리, 이미지, 주제 같은 것이 비교적 정교하지만, 그보다도 그런 이야기를 전하는 말투가 남이 흉내 내기 힘들다. 일부러 듣기 좋은 목소리를 내려고 다듬고 고치고 노력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이야기를 꼭 전달하고 싶다는 열정에 스스로 몰입해 있을 때 나오는 듣기 좋은 목소리이다. 다른 사람은 따라 할 수 없는 자기만의 목소리로 그가 본 세계를 열심히 들려주고 있는 것이 김현주 작가의 소설집 󰡔우사단 약국󰡕이다.

-김성달 소설가·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등단 후 한편씩 발표하여 모아진 작품들이 어느 순간 숙제가 되었다. 언제 책 내냐는 말을 듣는 횟수가 늘어가면서 고민도 많아졌다. 고민이 차곡차곡 쌓여 목까지 올라오자 토해내던가, 삼키든가 선택의 기로에서 한참을 서성거릴 수밖에 없었다. 작품을 1편씩 품에 안으니 초고를 쓰고, 수정하고, 퇴고하던 숱한 날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출력한 작품을 펼쳐놓고 스스로에게 묻고 물었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답을 듣기까지 또 시간이 걸렸다. 에어컨 바람이 없으면 견디기 힘들 때였는데,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목덜미를 스쳤다. 곧 겨울이 들이닥칠 텐데……, 서둘러 목차를 만들었다. 8편의 단편과 1편의 스마트 소설 속 인물들이 떠오른다. 모두 안녕하길…….

 

저자소개

서울 출생

46󰡔한국소설󰡕 신인상

󰡔2018 신예작가󰡕 선정

단편소설집 󰡔글길을 따라 걷다󰡕 공저

한국소설가협회 편집국장()

남산도서관 자료선정위원()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독서동아리지원센터 독서길잡이

2014년 수용문학상 소설부문

2017년 동대문시민플랫폼 힐링콘서트 강연자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댓글

  • 공애린

    축하드립니다~💐

    2021-11-23
  • 송주성

    축하드립니다.

    2021-11-23
  • 낭 은

    축하드립니다.

    2021-11-24
  • 김현주

    공애린선생님, 송주성선생님, 낭은선생님
    감사합니다.

    2021-11-24
  • 이월성

    축하드립니다.^^

    2021-11-24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1-11-26
  • 김현주

    이광복이사장님, 이월성선생님
    감사합니다.

    2021-11-29
  • 이현신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1-29
  • 성지혜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10
  • 김성달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13
  • 정다운

    소설집 출간 축하합니다.

    2021-12-14
  • 김현주

    이현신선생님, 성지혜선생님, 정다운선생님, 김성달상임이사님
    감사드립니다.

    2021-12-15
  • 장선희

    첫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18
  • 김다경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2021-12-21
  • 이정희

    김 선생의 책 출간을 축하합니다.

    20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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