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목 변영희작가 소설집 『동창회 소묘素描』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0-22 10:02:56
조회수 12




이 소설은

변영희 작가가 그동안 발표한 단편 9편을 묶은 작품집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각기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인간의 삶이란 얼마나 고단한 것인가에 대한 집요한 물음으로 읽히는 소설집 동창회 소묘素描는 탄탄한 구성력과 묘사력을 통해 인간실존의 근본적인 극한 상황 속으로 인물을 끌어들여 탐구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을 옭아매는 어둠과 벽, 장애 같은 조건들이 구체적으로 가시화되어 나타난다. 또한 극단적인 외부의 위기 상황과 지극히 개별적인 역경과 난국 속에서도 이 세계는 어떤 형태로든 인간들이 살고 있고, 결국 살아있는 인간들의 조건으로서 이 세계가 얼마나 합당한가 하는 탐색과 질문이기도 하다.

동창회 소묘유민자의 동창생을 향한 서글픈 애정, 효도비수희의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마음, 이별의 미지 마음속 별리, 여보를 구합니다오순의 외로움, 모정 삼만 리민주의 아들을 그리워하는 마음, 어머니의 특별한 여름의 수진과 어머니의 신산한 삶, 아버지의 밤의 내가 무시로 그리워하는 아버지, 영혼 사진관선지식을 찾아다니는 현숙의 카르마,한 가지 소원영선이 평생에 걸쳐 앓아 온 마음 병 등은 인간이 생존을 지속하면서 겪어야 할 상황이 집약된 것으로, 소설에서는 그래도 생존을 선택하는 인간은 대체 무엇으로 인간인가 하는 불안과 의문을 꼬리표처럼 달고 있다.

작가는 그런 불안과 의문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선택하지 않으면 더이상 삶이 있을 수 없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생존의 벽에 갇힌 인간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인간의 삶이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실을 체화하여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충분히 공감이 간다.

변영희 작가가 동창회 소묘素描에서 보여주고 있는 세계가 설득력을 얻는 요인은 앞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사방 벽으로 막힌 세계의 구체적인 현장을 사실적으로 파고들어 우리도 흔히 겪을 수 있는 세계라는 타당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사소한 것 같으면서도 인간의 심정을 울리는 한숨과 눈물, 가슴앓이의 인과성을 독자들과 같이 나눠 가지면서 생기기는 공명을 탄탄한 서사로 엮은 현장이기도 하다.

 

목차

작가의 말

 

동창회 소묘素描

효도비

이별

여보를 구합니다

모정 삼만 리

어머니의 특별한 여름

아버지의 밤

영혼 사진관

한 가지 소원

 

본문 속으로

집이 먼 정애가 먼저 가겠다고 했다. 그녀는 정애를 먼저 보내고나서 근처 슈퍼로 갔다. 집으로 그냥 돌아가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영주의 얼굴을 반드시 보고 가리라. 영주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자.

그녀는 슈퍼에서 수박을 한 통 사들었다. 굽높은 구두가 돌뿌리에 걸려 진수렁에 자빠질 위험을 수차례 겪으면서 봉고차가 정차하는 약국 앞으로 걸어갔다. 그 순간 뜸하던 빗줄기가 더 굵어지더니 빗살처럼 진창에 마구 내려꽂히고 있었다.(동창회 소묘素描중에서)

 

어머니의 전화는 할미꽃 할머니가 고개 위에서 눈물로 외치던 부르짖음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집 저집을 모면할 수 있도록 어머니에게 내 힘으로 아파트를 사 드리자. 어머니를 자식들로부터 독립시키자. 그녀의 결심은 어머니에게 전화가 올 때마다 더욱 굳어졌다. 어머니의 할미꽃 삶을 청산하는 길은 어머니 명의로 된 아파트를 소유하는 것뿐이라고 굳게 믿었다. 깊은 겨울 눈발이 흩날리는 산등성이에서 딸을 부르던 할머니와 어머니의 일상이 너무도 닮아 있었다.(효도비중에서)

 

! 나 외로워. 친구할 사람 소개해줘. 이런 말은 그녀의 지성과 빛나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의 오뚝 선 콧날과 나이를 먹어서도 변치 않는 부리부리한 안광에서 쉽게 드러났다. 외로움으로 피부 세포가 툭툭 터져 나가고, 양 옆구리로 동지섣달 찬바람이 휙,, 지나간다 해도 자신의 내면을 펼쳐 보이는 일이란 유일무이한 단짝 친구 호정을 제외하면 없다. 이것은 차라리 그녀의 드높은 자존심의 문제라기보다는 그녀 편에서 마음을 터놓고 믿음으로 대화를 나눌 상대가 전무하다는 게 솔직한 표현일 듯싶다. (여보를 구합니다중에서)

 

수진이 별안간 울음을 터뜨렸다. 수진의 울음소리를 듣고 군화를 신은 시체가 벌떡 일어서서, 그들 모녀의 다리를 냅다 걷어찰 것만 같았다. 머리통만 나뒹구는 시체가 데굴데굴 그들에게로 굴러오고, 두 팔과 가슴 부분이 노출된 시체가 훠이훠이 팔을 휘두르며 덮쳐올 것 같아, 옴짝할 수가 없다.

어머니는 수진의 작은 몸을 품어 준다. 수진의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 어머니의 심장도 심한 통증을 일으켰다. 누에 껍질처럼 폭삭 내려앉을 것만 같았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소름이 쭉 돋았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혼미하던 정신이 차츰 개면서 지붕이 날아가고 서까래가 훤히 드러난 집 한 채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 집은 어쨌든 피난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 몇이라도 남아 있음직한 낌새는 엿보였다. 어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모녀는 그 집을 향해 빠르게 이동했다. 집의 형체를 어설프게나마 유지하고 폐허를 지키고 있는 것이 기이했다. (어머니의 특별한 여름중에서)

 

선재 동자가 마지막 구도행에서 보현보살을 만나듯, 그녀의 오랜 미망과 방황은 비로소 멈추었다. 인간의 삶이 일회성 단막극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후손을 통해서 영원히 영생할 수 있음을 그녀는 문학예술로 증명할 수 있었다.

문학도, 학업도 그녀에게는 평생을 쌓아가도 모자람이 없는 수행의 한 유파, 한 단계에 지나지 않았다. 많은 유파 중에 두 항목을 선택했다는 게 특이했다면 특이했다. 그것 또한 그녀 자신의 전생 카르마와 연결된다고 보았다. (영혼 사진관중에서)

 

작가의 말

소설을 쓰고 싶었다. 스물한 살 가을에 부부소설가의 누각으로 피신하던 때보다 훨씬 빠른, 1 그 무렵이었다. 소설을 왜 그리 애지중지 끌어안았더란 말인가.

그것은 서대문의 붉은 벽돌집으로부터 2.4톤 트럭으로는 다 실을 수 없는 엄청난 분량의 책 보따리를 끌고 집에 돌아온 희경언니 덕분이었을까. 현대문학, 사상계를 비롯, 세계명작과 각종 철학 서적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의욕이나 결심만큼 소설을 써내지 못했다. 도리어 나 자신이 소설 그 자체를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 삶이 곧 소설이었던 셈이다.

코로나19 시절에 책을 새로 펴내다니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차분한 글쓰기로 내 영혼의 쉼터를 견고히 하고 더 철저한 수행을 쌓아가려고 다짐한다.

수다한 어려움 속에서 중국 문학, 불교학, 동양학의 터널을 뚫고 나와 바야흐로 참 를 찾아 새로운 여행을 떠날 차례다. 소설집 󰡔동창회 소묘󰡕로 내 고단한 여정을 함께 하고자 한다.

이 책이 재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준, 내 가족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울러 나의 부모님 영전에 정성을 다해 큰절을 올린다.

 

저자소개

1984 󰡔문예운동󰡕 소설 동창회 소묘(素描).

1985 󰡔한국수필󰡕 「풍매화(風媒花)등단.

 

저서

장편소설

󰡔지옥에서 연꽃을 피운 수도자 아내의 수기󰡕 󰡔무심천에서 꽃 핀 사랑󰡕 3부작 󰡔마흔넷의 반란󰡕 󰡔황홀한 외출󰡕 󰡔오년 후󰡕

소설집

󰡔열일곱의 신세계󰡕 󰡔동창회 소묘(素描)󰡕 󰡔매지리에서 꿈꾸다󰡕 󰡔입실 파티󰡕

수필집 󰡔비오는 밤의 꽃다발󰡕 󰡔애인 없으세요?󰡕 󰡔문득 외로움이󰡕 󰡔엄마는 염려 마󰡕 󰡔뭐가 잘 났다고󰡕 󰡔몰두의 단계󰡕 󰡔나의 삶 나의 길󰡕 󰡔거울연못의 나무 그림자󰡕 󰡔갈 곳 있는 노년󰡕

E-book 󰡔사랑 파도를 넘다󰡕 󰡔이방 지대󰡕 󰡔졸병의 고독󰡕 외 다수.

 

수상

일붕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직지소설문학상, 한국문학인상, 손소희소설문학상, 무궁화문학상소설대상, 한국수필문학상.

 

한국소설가협회이사, 국제펜입회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전자문학위원.

 




댓글

  • 최문경

    변 박사님의 소설집 『동창회 소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0-22
  • 성지혜

    변영희 이사님,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0-23
  • 이정은

    변영희 이사님 수고하셨어요.
    축하드립니다~~

    2021-10-23
  • 변영희

    최문경 작가님!

    코로나19로 그리고 서로 지역이 달라 만나지 못했습니다.
    그 세월이 오래더니 오늘 댓글이 더욱 기쁩니다. 참말로 고맙고 반가운 마음 전합니다..

    2021-10-24
  • 변영희

    성지혜 이사님!

    가을 날씨가 평화스럽습니다. 간혹 비바람이 심술 부리지만 사과랑 포도랑 모두 맛있게 익었습니다.
    우리의 글도 나날이 숙성되고 올익을 날 오겠지요. 잊지 않고 친절한 댓글, 매우 감사합니다.

    2021-10-24
  • 변영희

    이정은 최고위원님!

    아파, 아파 하면서 신축년이 벌써 늦가을이군요.
    늘 친절하시고 부드러운신 분으로 기억합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빕니다!

    2021-10-24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1-10-25
  • 변영희

    이사장님께서 오셨습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2021-10-25
  • 정다운

    깊어가는 가을에 소설집 출간 축하합니다.

    2021-10-26
  • 변영희

    선생님 댓글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가을 건강하시고 문운이 풍성하기를 빕니다.

    2021-10-27
  • 정진문

    동창회 소묘 출간을 축하 드립니다.

    2021-10-28
  • 변영희

    안녕하세요? 내륙지방에서 무심천 시냇물만 보다가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를보며
    문득 고향을 떠올리는 아침입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즐거운 가을 되시기를!

    2021-10-28
  • 공애린

    축하드립니다~💐

    2021-10-29
  • 변영희

    맑게 푸르게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 건재함을 새삼 찬양하곺은 아침. 여객선, 고깃배들이 여유롭게 바다를 가릅니다. 갈매기 떼는 먹이 사냥하러 저공비행을 하고.
    어려운 발걸음에 감사드리며

    2021-10-29
  • 이현신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1-01
  • 변영희

    넘어가지 않던 밥도
    마주 앉아 먹으니
    한 술
    더 먹게 되고,
    밍밍하던 시골 막걸리도
    마실수록 맛나다. - 이민구

    이 아침 한국소설가협회의 회원인 게 흐믓해집니다. 댓글 감사드리며

    2021-11-03
  • 이월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1-04
  • 변영희

    가을이 익어가는 계절
    축하말씀 감사합니다.

    2021-11-07
  • 송양의

    식지 않는 열정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열정에 탄복하고 출간을 축하합니다

    2021-11-08
  • 변영희

    송양의 선생님!
    안녕하세요? 지면으로나마 뵐 수 있어 반갑습니다.
    축하말씀 감사드립니다. 아름다운 가을 보내세요.

    2021-11-10
  • 송주성

    축하드립니다.

    2021-11-23
  • 변영희

    송주성 선생님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21-11-29
  • 김성달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2-13
  • 김다경

    수고많으셨습니다.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1-12-21
  • 변영희

    김성달 상임이사님! 감사합니다. 더 잘 쓰겠습니다. 임인년 새해 더욱 창성하시기를 염원합니다.
    김다경 작가님! 고맙습니다. 먼데서 오셔서 더욱 반갑습니다.

    20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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