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목 박영순작가 소설집 『누가 나를 아시나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0-05 12:32:04
조회수 3




이 소설은

그동안 여러 권의 장편소설을 통해 통일 문제와 북한의 인권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천착해온 박영순 작가가 두 번째 펴내는 작품집으로 해외에 입양된 한국인과 탈북자 이야기 13편을 묶었다. 외면할 수도, 외면해서도 안 되는 지구촌 곳곳의 한인 디아스포라와 탈북자의 다양한 모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집은 무엇보다도 디아스포라와 탈북자의 삶이 우리 곁에서 실재하는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들의 몸에 새긴 상처를 자신의 상처처럼 동일시하는 작가의 태도 또한 상당히 인상적인 소설이다. 수록된 작품들의 결말 대부분이 고난에 대한 보상이나 앞으로의 희망을 내포하고 있는 것은 지구촌 어디에 살고 있던 그들이 우리의 관심 대상이고, 우리가 사랑으로 품어야 할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는 작가의 강한 의지의 표현이자 바람이다.

표제작인 누가 나를 아시나요를 비롯해 많은 작품이 자기가 태어난 곳을 모르고, 태어난 곳에서 살지 못하고 낯선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디아스포라이지만 오히려 그것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지혜롭게 살아가는 사연들이 가슴 저리게 읽히면서도 아름답게 다가온다. 그것이 이 소설의 또다른 미덕이다.

누가 나를 아시나요의 등장인물 마이클(새로운 꿈), 박찬수(통일 풍경), 해리슨(기도), 조인철(그림 같은 집을 짓고), 한상진(비둘기 떼), 카멜 존슨(어떤 재회), 아놀드(원망하지 않아요), 엘레나(누가 나를 아시나요), 진석(사품치는 강물), 토마스(편지), 박동현(재포), 존 베이커(까치 떼), 도현과 송희(뉴몰든의 아침)는 그들의 상황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반성을 촉구하게 만든다. 하지만 작가는 그들을 일차원적인 동정의 연민이 아니라 평등한 존재로서의 연민을 넘어선 윤리를 보여주는 인물들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래서 그 인물들에게 자신을 투영함으로써 현재를 깊이 성찰하게 하는 윤리의 발견으로 이어진다.

작품집에 수록된 13편의 이야기는 그런 의미에서 되새김질해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소설 인물들의 불행과 삶의 고통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는 것 속에는 인간의 윤리가 자리를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스스로의 상황을 어떤 체제의 일부로 사고하지 않고, 체체 밖에 관한 상상력을 확장해 실천적 행위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모색한다. 그런 모색의 결과 자신이 태어난 곳을 찾거나, 살고 있는 곳을 과감히 탈출하는 행위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금 디아스포라는 일정 국가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는 세계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그 현장을 일부러 외면하며 멀찍이 떨어져 있으려 했다. 우리들의 문제로 끌어안기를 주저했다. 박영순 작가의 소설 누가 나를 아시나요가 돋보이는 것은 디아스포라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하고, 삶의 품으로 따뜻하게 끌어안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누가 나를 아시나요는 디아스포라와의 소통을 위한 말걸기를 통해 우리 내부에 성찰적 계기를 마련한 의미 있는 작품으로 독자들의 곁으로 다가갈 것이다.

 

목차

작가의 말

 

새로운 꿈

통일풍경

기도

그림같은 집을 짓고

비둘기 떼

어떤 재회

원망하지 않아요

누가 나를 아시나요

사품치는 강물

편지

재포

까치 떼

뉴몰든의 아침

 

본문 속으로

마이클은 인천공항에 내리니 그저 막막하기만 하였다. 한국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데, 갑자기 추방되어왔으니 살아나갈 일이 까마득하였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무엇보다 우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내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 하니 묻고 싶어도 물을 수도 없다. 깊은 한숨을 쉬며 탄식을 하고 있는데, 마침 서양사람으로 보이는 한 신사가 지나갔다.(새로운 꿈중에서)

 

형제는 자기들이 기억하는 가장 어린 나이부터 현재의 부모님과 살았으니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단지 어머니에게 섭섭하거나 이상하게 느꼈을 때는 혹시 입양한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다시 고개를 들곤 했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한테서 태몽이라든가, 입덧과 관련된 에피소드, 태어날 때의 이야기, 첫돌 때의 모습 등을 들었다는데 자기는 전혀 들을 수 없었던 것, 언제 걸음을 걸었다든가, 언제 말을 하기 시작했다든가 하는 얘기도 들을 수 없었다. 가장 섭섭한 것은 생일을 잘 챙겨주지 않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엄마가 자녀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생일 파티를 해주는데, 자기 어머니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온 가족이 차 타고 여행 간 일은 몇 번 있었지만, 그럴 때도 부모님과 손잡고 걷는다든가 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므로 엄마 손 잡고 가는 아이들이 부러웠었다. 열이 나고 아플 때도 약만 사다 줄 뿐 다른 집 엄마들처럼 밤새워 간호를 해준다든가 하는 일은 거의 없었으며, 학교에서 학부모 회의를 해도 자기 부모님은 잘 오지 않았다. 공부에 대해서도 방임이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도 과외를 받지만, 자기 형제는 일절 그런 게 없었다. 특히 등교 후에 비가 쏟아져도 다른 엄마들처럼 우산을 갖다 주지 않아 서러웠던 기억도 있고, 학교 운동회 때도 부모님은 오지 않았다. 입양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었다가도 지금의 행복이 깨질까 두렵기도 하고, 이런 양부모를 만난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먹이고 입혀 키우고 학교 보내 준 은혜는 결코 적다 할 수 없었다.(기도중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수용소를 충분히 벗어났다고 생각하여 잠시 숨을 고르면서 서로를 살피는데 엄마가 보이지 않았다. 상진과 아들 둘은 너무도 놀라 서로를 보며 낭패감에 휩싸였다. 분명히 철조망을 넘었고 함께 달리기 시작했는데 언제부터 뒤처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너무나 경황없이 미처 다 살피지 않은 채로 어둠 속을 죽어라고 앞만 보고 달리느라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게 통한의 실책이었다. 하기야 총소리 날 때 우물쭈물했으면 네 명이 모두 몰살당했을 수도 있다. 상진은 지금 아내를 찾으러 되돌아가야 하나 그냥 가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만일 되돌아가면 수용소 경비원들에게 잡혀서 죽게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아내를 혼자 사지에 두고 떠나는 것도 여간 슬프고 미안한 일이 아니었다. 상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우선 아들들은 먼저 계속해서 가라고 하고 자기만 되돌아가기로 하였다.(비둘기 떼중에서)

 

엘레나는 유능하고 다정한 남편과 귀여운 아들 톰과 함께 유복하게 살면서 화가로서 그림을 그릴 땐 세상만사를 다 잊고 집중하지만, 톰이 잠들고 그림을 그리지 않는 시간엔 영락없이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이 자꾸만 머리에 떠올랐다. 그녀는 자기 정체성의 일부인 출생과 관련하여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누가 나를 아시나요?’어느새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친구 미숙처럼 자기에게도 기적이 일어나 친부모를 만나면 얼마나 좋으랴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폴 고갱의 어느 그림에 쓰인 제목이 떠올랐다.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누가 나를 아시나요중에서)

 

궁리 끝에 탈북을 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러나 탈북자금이 문제였다. 할 수 없이 동현이와 아내 금실은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하였다. 동현은 수학을, 금실은 중국어를 가르치기로 하였다. 동현은 저녁과 주말에 고등학생들에게 수학 과외를 해주고 금실은 소학교와 중학생에게 중국어 과외를 해주고 돈을 벌었다. 이렇게 버는 돈이 두 사람 월급보다 몇 배가 더 많고 저녁도 그 집에서 먹으니 많이 절약되어 부부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었다. 두 사람은 3년을 꼬박 이렇게 했더니 가족들의 탈북자금이 마련되었다. 돈을 많이 주고 유능한 브로커를 사서 중국을 거치고 태국을 거쳐 남한에 오게 되었다. 물론 남들이 하는 만큼 고생은 했지만 중간에 북송되거나 하지 않고 비교적 순조롭게 월남하였다.

함께 만경봉호를 탔던 자기 또래의 강기만은 청진에서 생활하다가 너무 배가 고프니까 남의 집 담을 넘어 양식을 훔치다가 보위부에 잡혀 단련대에 갇히게 되었다. 단련대는 6개월 이상 1년 미만의 경범죄자들을 가두고 노동에 동원하는 수감기관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교화라는 명목으로 강제노동에 동원되는 단련대 생활은 두 발로 들어가서 네 발로 나오는 곳으로 악명이 높다. 단련대 생활은 노동 강도는 물론, 시설·생활면에서 최악이다. 고된 노동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과로^사고사로 사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였고 간부들의 구타도 너무 심했다. 중국 전화기를 사용해 외부와 통화한 사람, 밀수에 가담한 사람, 남의 집 물건을 훔친 사람, 탈북하다 붙잡히거나 중국에서 강제 북송돼 투옥된 사람 등 북한 당국 입장에서 보면 사회 질서를 위반한 북한 주민들이 단련대에 수감되는 것이었다. (재포중에서)

 

도현은 무엇이든 통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 ‘통일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막 가슴이 뛴다. 남북한 국민들보다도 탈북자와 제3, 4의 신분을 가진 한민족 사람들이 더욱 통일을 갈망한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통일된 조국을 갖고 싶기 때문이다. 세계지도를 보면 안 그래도 조그만 나라가 두 개로 나누어져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발 통일이 되어야 하는데.’

도현은 통일마을의 성격과, 필요성, 앞으로의 활동과제와 통일마을에 입회하는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SNS에 올렸다.

뉴몰든의 아침이 온 세상의 빛을 다 모아서 한 번에 발산하듯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뉴몰든의 아침중에서)

 

작가의 말

지구촌 어디에 살든 한국인은 모두 우리의 관심 대상이고, 우리가 사랑으로 품어야 할 형제들이다. 비록 자기의 출생과 관련한 정보를 모르고 자라는 과정에서 아픈 과거를 가지기도 했지만, 건전하고 착하게 살아가는 자랑스러운 우리 한민족이다. 특히 수십 년 만에 잃었던 가족을 찾게 되는 경우는 우리 모두에게 크나큰 기쁨과 감동을 준다.

그들은 비록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살지 못하고 낯선 곳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운명을 타고 났지만, 오히려 그것을 전화위복으로 삼아 지혜롭게 사는 사연들이 아름답다. 세계 도처에 한국의 뿌리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문화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고, 한국의 문화영토가 확장된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저자소개

경북 예천 출신

숙명여대 국문과 졸업

미국 일리노이대 언어학 석,박사, 고려대 교수로 정년퇴임, 현 고려대 명예교수

󰡔계간문예󰡕로 등단

장편소설 󰡔예천에서 꿈꾸다󰡕 󰡔그 남자󰡕 󰡔서울20평양60󰡕 󰡔3의 신분󰡕

소설집 󰡔평양의 눈빛󰡕

수필집 󰡔하나의 위대함 여럿의 아름다움󰡕 󰡔아버지의 바다󰡕

시집 󰡔서일의 축복󰡕

손소희문학상, 세종문화상, 서울특별시 문화상 수상

 

 

현재 국제한국어교육문화재단 이사장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




댓글

  • 이현신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0-05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1-10-05
  • 공애린

    축하드립니다~💐

    2021-10-07
  • 정다운

    노익장에 장편 출간 축하합니다.

    2021-10-07
  • 최문경

    소설집 『누가 나를 아시나요』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0-10
  • 이월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0-12
  • 정진문

    출간을 축하 드립니다.

    2021-10-12
  • 김성달

    신간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0-13
  • 성지혜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0-17
  • 이인록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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