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목 김주욱작가 장편소설 『물북소리』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3-22 11:02:13
조회수 76




4·3 문학의 형식적 변주, ‘삼촌에서 순이

 

4.3 민주화 항쟁 관련 문학은 지금까지 소위 4·3 중심주의의 행로를 밟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들어 공간적으로 제주도라는 고립된 장소성을 벗어나 북한으로 일본으로 나아가 팔레스타인으로 혁명의 배아를 퍼뜨리는 확장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문학 자체의 미학적 측면에서 아직도 4·3 민주화 항쟁은 고립돼 있습니다. 사실의 폭로와 전달에 역점을 둔 형국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김주욱의 장편 소설 물북소리4·3 민주화 항쟁을 새롭게 풀어갈 마술적 리얼리즘의 노둣돌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기영 소설에 등장하는 삼촌의 기억이 김주욱의 소설에서 순이의 현실로 계승되었습니다. 환상성과 현실성을 담은 4·3 문학의 형식적 변주입니다. 현기영의 순이삼촌이 억압된 역사의 악몽을 세상에 드러낸 역작이라고 한다면 김주욱의 물북소리는 아직까지도 해소되지 않은 채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정치적 무의식을 담은 작품입니다.

순이삼촌이 개인적 상처의 문학적 형상화를 통해 폭력과 야만의 역사를 원심적으로 재현한 것이라 한다면 물북소리는 집단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방황하는 개인의 욕망을 통해 구심적으로 파고든 글쓰기라 할 수 있습니다. ‘삼촌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는 공포는 제대로 구체화되지 못하고 순이에게 전염돼 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환청으로 들릴 뿐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적시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묵북소리소리라는 구체적 형식 속에 폭력의 알레고리를 명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역사의 마디마다 총칼로 무장한 폭력의 이데올로기는 시간의 흐름 속에 매장되곤 했습니다. 그 비극의 양상이 음향 기제를 통해 아직도 존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끔찍한 일입니다. 드러나지 않는 소리의 파장 속에 폭력의 잔재들이 은연중 온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물북소리는 깨지지 않는 권력의 호명에 균열을 가하고 죽은 영혼을 새롭게 우리 앞에 불러 세우고 있습니다. 정적 속에 막혀 버린 숨비소리에 새 숨을 트는 애도의 재현이기도 합니다.

 

 

물북소리는 무엇을 담았는가?

 

보이지 않는 파장의 근원을 찾아가는 길

 

이 소설은 두 가지 흐름을 주조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환상 속에 지속되는 소리의 파장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현실 속에 거듭되는 폭력의 파장입니다. 두 흐름은 정적(靜寂) 속에 정적(政敵)의 정체를 숨기고 있다는 데서 하나의 흐름이기도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역사의 이면에 흐르는 악몽입니다.

4·3 민주화 항쟁은 지금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진실이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소설은 그 실체를 파헤치는 기록이기도 하며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는 애도의 헌사이기도 합니다.

실체적 폭력 체계는 우리 눈앞에서 사라진 듯합니다. 그것은 폭력에 끈질기게 저항했던 사람들의 희생 위에 핀 유채꽃과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온몸을 파고드는 공포의 흐름은 아직도 희생의 뿌리 속에 내재돼 있습니다. 이 소설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이 혼돈의 상황을 소리의 파장으로 구체화해 드러냅니다.

폭력의 주구가 누군지 역사는 말이 없습니다. 너 이면서도 나일 것 같은 거짓 담론이 아직도 우리를 휘감고 있습니다. 모두가 피해자이며 가해자라는 양비론 속에 억울한 죽음이 안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그 정적(政敵)의 실체를 담았습니다. 욕망으로 얼룩진 그들의 실체를 생생히 목도하는 일은 리얼리즘의 승리입니다.

보이지 않는 파장을 추적하는 일은 고통스럽기도 하고 서러운 일입니다. 어두운 내 모습과 대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를 짓누르고 조정하는 소리의 정체를 파헤치는 일 없이는 우리의 삶이 짐승과 같다는 사실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이 소설을 통해 우리가 홀로 존재하는 욕망 기계가 아니라 역사적 자아와 만나야 하는 공동체적 존재임을 인식하게 됩니다.

13. 발문

아름다움과 폭력의 아이러니

 

우리는 과연 완전한 정적을 경험해 본 적이 있을까? 의식하기 힘든 일상의 작은 소음과 공사장의 굉음, 연인의 속삭임 혹은 그가 거칠게 닫고 가 버리는 현관문 소리, 오랫동안 따라다니며 괴롭게 하는 환청. 고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소리는 파동을 통해 뇌에 파고든다.’ 사운드 아트 예술가 안혜원은 자신을 둘러싼 소리와 이미지를 결합한 작품을 구상하고 제주로 향한다. 여수에서 태어났으나 제주의 외할머니 집에서 자랐으므로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서 어쩐 일인지 그녀는 반가움과 낯섦을 동시에 느껴 혼란스럽다.

김주욱 장편 소설 물북소리는 소리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폭력에 관한 이야기이다. 제주 다랑쉬 문화 재단의 전시 공모를 준비하는 주인공 안혜원은 재단 이사장 정명지와 연인 관계이다. 그의 집안은 4·3 항쟁 당시 토벌대의 밀정 노릇으로 부를 축적했으며 혜원의 외가는 학살과 약탈의 희생자였다. 그러나 정명지 집안에 뺏긴 땅을 돌려받기 위해 애쓰는 외삼촌과 달

리 혜원은 과거사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작가는 그러한 태도의 기원을 뿌리까지 파헤치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아이러니하게도 폭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운드 아트라는 예술을 통해서. 사실 폭력과 소리는 파동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한 점에서 시작하지만 형태가 변하지 않고 점차 영향을 미치는 범위를 넓혀가며 막거나 피할 수조차 없다. 이야기는 여순사건, 4·3 항쟁, 성폭행, 강정 마을부터 멀리 미국의 인디언 학살까지 권력 주체가 약자에게 행하는 다양한 폭력을 다루고 있다. 이는 시대와 개인, 사회를 막론하고 권력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공통된 원리가 작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역사의 나비 효과라 할 수 있다. 소리의 파동처럼 더 큰 사건으로 연결되면서 수많은 희생자를 만들어 낸다.

어느 곳에나 권력 관계는 존재한다. 심지어 연인 관계에서도 더 사랑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가해자이자 희생자인 셈이다. 다만 그러한 사실에 길들여져 의식하지 못하거나 애써 모른 척할 뿐. 4·3 항쟁과 여순 사건으로 학살당한 할아버지들과 아버지에 대해 무심한 안혜원의 태도에서 이를 알 수 있다. 아버지를 잃고 어린 시절 외삼촌으로부터 성폭행까지 당한 그녀는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게다가 원수 집안의 자식이라 할 수 있는 정명지와 내연 관계를 유지하며 그의 권력을 적절히 이용한다. 어쩌면 그녀의 행동은 가해자의 권력에 편승함으로써 피해자인 자신의 처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발버둥처럼 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혜원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환청은 그녀의 노력을 무화시키고 피해 의식에 사로잡히게 한다. 소리 채집을 위해 제주에 온 첫날 혜원은 4·3 희생자 귀향풀이를 보고 작품 구상을 한다. 생존자의 증언을 듣고 학살 터를 찾아다니는 동안 환청은 점점 더 강하게 그녀의 내부로 파고든다. 수많은 개구리 울음소리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날의 무자비한 총성과 비명, 삶의 터전이 허물어지는 파열음과 내몰리는 사람들의 외침이 귓가에 생생히 들리는 듯하다.

안혜원이 연출한 작품 속 파랑 잉크처럼 경계를 두지 않고 폭력이 퍼지는 동안 권력의 하위 층에 있는 약자는 그저 발버둥 치다 허망하게 실패하고 만다. 혜원 역시 작품에서 미국의 인디언 학살을 떠오르게 하는 인디언 물북을 매개로 아픈 역사의 치유와 희망까지 표현하고자 한다. 하지만 스피커가 폭발음을 내며 터지는 바람에 자신의 의도를 온전하게 전달하지 못한다. 또한, 자신을 성폭행한 제임스에게 복수하기 위해 준비한 퍼포먼스조차 성공하지 못하고 해프닝으로 끝난다.

분노의 퍼포먼스를 끝낸 혜원은 자포자기 심정으로 제주의 가난한 예술가들 파티에 참석한다. 경제 자본이 없어 떠돌아다녀야 하는 그들은 일제가 강점기 때 만든 벙커에 숨어들어 가 쥐잡기 파티를 연다. 실패는 여기서도 이어진다. 정명지가 투자한 호텔 신축 공사장 발파 때문에 혜원을 비롯한 예술가들은 물이 차오르는 동굴에 산 채로 잠기기 시작한다. 그 장면은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과 좁은 동굴에서 연기를 피해 더 깊이 안으로 피하는 사람들, 군인과 경찰에게 무차별적 폭행을 당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밀려나는 모든 사람을 한꺼번에 떠오르게 한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폭력 앞에서 언제나 약자는 사냥꾼에게 몰이를 당하는 작은 짐승에 불과하다.

결국 약자의 실패는 현재의 일이며 이야기는 그것을 과장 없이 솔직하게 드러낸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에 독자는 스스로 초라하다. 그러나 작가는 지나친 희망도 절망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독자가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도록 한다. 바로 작가의 힘이다. 민감하고 아픈 문제일수록 대하는 사람의 마음은 쉽게 달아오른다. 그러나 오래 유지하기 쉽지 않다. 너무나 괴롭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현실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예민하게 감각하도록 작가는 사운드 아트라는 매우 효과적이고도 참신한 소재를 사용했다. 많은 예술가를 인터뷰하여 이야기로 엮은 현장성과 무관하지 않다. 덕분에 새로운 감동을 주는 예술 작품처럼 저고리에 퍼진 파랑 잉크와 개구리 울음소리, 온몸을 두드리는 듯한 물북소리가 매우 긴 여운을 남긴다. 물북소리는 줄곧 환청에 시달리면서도 정적(靜寂) 속에 있다고 여기는 우리에게 과연 진정한 정적(政敵)이 무엇인지 오래 생각하게 한다.

-이주현(출판 평론가)

 

14. 저자 정보

김주욱

 

2014년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한 장편 소설 표절, 2015년 한국 문화 예술 위원회 아르코 창작 기금 선정 단편 소설집 미노타우로스, 2016년 경기 문화 재단 전문 예술 창작 지원 사업 단독 출판 선정 중·단편 소설집 허물, 2017년 그림의 이야기와 소설의 이미지가 만나 는 컬래버레이션 단편집 핑크 몬스터, 2019년 교보 문고 eBook 10minutes 초단편 오디오북 출간 부드럽고 달콤한 맛, 빨간 유도등, 크리스마스 케이크, 2020년 전태일 문학상 수상자 공동 소설집 팬덤 클럽, 화가들의 삶과 대표 작품을 재해석한 스마트 소설집 그림이 내게 와서 소설이 되었다등을 펴냈다. 5회 천강 문학상 소설 대상, 23회 전태일 문학상을 받았다.

작가의 말

 

정적(靜寂)과 정적(政敵)의 실체를 소리로 풀어낸 이야기

 

2017년 겨울, 오롯이 혼자가 되어 백련산 자락에 집필실을 마련하고 접촉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심리적, 물리적으로 타격하는 소리 무기에 관한 단편 소설 초고를 완성했다. ‘소리 무기를 예로 들자면 비무장 지대에서 활약했던 대남대북 확성기다. 단편 소설의 이야기는 사운드 아트 작업을 하는 예술가가 소리라는 매체를 선전과 폭력의 도구로 사용하는 확성기를 소재로 자신의 환청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에 소리 자체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과 폭력의 아이러니를 구현하려고 여순 항쟁과 제주 4·3 민주화 항쟁을 배경으로 끌고 왔다. 그때 민주화 항쟁의 외침이 환청처럼 들렸다. 아름다운 공간에서 자행됐던 폭력의 아이러니 때문은 아닐까.

그동안 나에게 제주 4·3 민주화 항쟁은 길을 가다 맞닥뜨린 어느 일인 시위자의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피켓 같은 이미지였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렇게 나왔을까 하며 눈길을 주었을 뿐 관심이 없었다.

201841제주 4·3 70주년 특집 제6회 독립영화, 봤다!를 보았다. ·이 부 프로그램이었던 조성봉 감독의 다큐멘터리 레드 헌트를 보면서 영화처럼 등장인물의 삶을 엿보며 감정을 대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냉정하게 카메라를 따라가면서 과거와 현재를 인식하게 되었으나 제주 4·3 민주화 항쟁은 그저 가슴 아픈 역사일 뿐이었다. 3부 프로그램은 제주 4·3 항쟁 70주년 기념 복원판 시집을 들고 나온 이산하 시인과의 대화였다. 그날 사회자 윤중목 시인은 정치적 금기의 소재를 떠안으며 역사적 진실을 밝히는 저항의 최선봉에는 무엇보다 문학이 있었음을 주목하게 된다면서 거기에는 한라산의 시인 이산하가 있다.”고 했다. 한국 현대사를 머뭇거림 없이 표현하는 시 속에 진실을 말하는 고통을 느꼈다. 우리에게 미국은 그저 친하게 지내면 좋은 나라일 뿐이라는 생각을 다시 확인했다. 또한 해방, 제주 4·3과 여순 민중 항쟁을 중심으로 가슴 아픈 역사의 실상과 배경을 일목요연하게 담아낸 도올 김용옥의 우린 너무 몰랐다에서 이야기의 맥락을 잡을 수 있었다.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알레고리 형식을 시도하다가 사실에 기반을 둔 직접적 표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그것은 역사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고 제주 4·3 민주화 항쟁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두길 바라는 욕심 때문이었다. ‘소리 무기에 관한 단편 소설 초고를 제주 4·3 항쟁이 배경인 장편 소설로 개작하면서 내가 무거운 주제를 다룰 능력이 있는지 계속 되물었다.

이 장편 소설의 초고를 완성하자 불안감이 엄습했다. 제주 4·3 민주화 항쟁이 시작된 지 칠십 년이 지난 지금 그 의미는 무엇인가? 거대 권력이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포장했지만 제주 4·3민주화 항쟁은 제주도민과 외세의 싸움이었다고 생각한다. 아픈 역사를 공부하고 피해자, 희생자 가족의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마무리 했다.

 

15. 차례

 

 

1분노의 퍼포먼스 · 9

2- 추억의 소리 · 25

3- 소리의 파란 · 85

4- 개구리 울음소리 · 171

5- 인디언 피요테 의식 · 231

여백 · 255

발문 · 258

 




댓글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1-03-23
  • 문서정

    김주욱 선생님~ 장편 소설 『물북소리』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2021-03-26
  • 김성달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4-06
  • 이월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4-13
  • 성지혜

    장편소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4-14
  • 김호운

    축하합니다

    2021-04-15
  • 김다경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2021-04-16

댓글쓰기




협회 Contact

  우) 04175

    서울시 마포구 마포대로 12, 한신빌딩 302

  전화번호: (02) 703-9837

    FAX: (02) 703-7055

  업무시간: 오전 10시 ~ 오후 4시

  이메일: novel2010@naver.com

  계좌 : 국민은행 827-01-0340-303 (사)한국소설가협회
              농협 069-01-257808 (사)한국소설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