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목 이채형 작가 소설집 『까마귀 울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16 15:56:48
조회수 44




판형 140/210, 296쪽  가격 13,000

ISBN 9791190526289(03810)  발행일 202111일  도서출판 도화

 

논리와 언어의 영역을 넘어서는 장엄한 비약의 세계!!

 

이 소설은

원고지 30매 안팎의 단편소설을 묶은 이채형 작가의 신작이다. 소설의 서사와 구성을 가능한 단일하게 만들겠다는 작가의 의도가 외면의 길이보다 내용의 단일한 서사를 통해 단편의 요체를 찾고 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시와 소설의 접목도 시도한다. 작품 곳곳에 소설의 테크닉이자 묘사로 시를 동원하면서 더 나아가 시와 산문의 교합을 추구하고 있다.

나는 항상 소설 속에서 기억의 부활을 꿈꾸다는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장인의 손길이 흠씬 밴 문장과 능숙한 이야기로 이미 오래전에 우리 앞에서 사라진 다양한 기억 속의 시간과 현장, 인물들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하면서도 단순한 기억의 재생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기억의 승화로 나아간다. 그래서 짧고 단일한 서사 구성이지만 인간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은 삶으로부터의, 타인으로부터의, 자신으로부터의 격리와 소외를 냉철하게 직시하면서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묘사를 통해 삶의 진경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소설집 맨 처음에 실린 비약이라는 작품을 보면 비약을 만드는 경주에 사는 친구의 독특하면서도 인상적인 스케치로 시작하지만 곧이어 비약, 꿩약에 관한 섬뜩한 이야기로 바뀐다. 즉 꿩을 잡을 때 사용한 독극물로 형이 자살한 비극적인 내용의 아프고도 두려움 가득한 이야기로 돌변하는 묘미가 상당하다. 또한 독약을 먹고 죽은 등 너머 청솔 아래 자는 듯 쓰러져 있는 한 마리장끼와 눈 내린 산기슭 비탈밭 가에 반듯이 누운 채 잠든형의 묘사 장면은 스타일리스트의 개성을 한껏 발산하면서 그 이미지의 강렬함은 몇 곱절에 이른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인간의 존재론적인 성찰이 오랫동안 머리를 맴돈다. 삶과 죽음에 대한 화두 같은 질문을 자꾸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어린 소년의 시선에 포착된 꿩과 형, 그 두 개의 죽음은 절대적인 아픔에 대한 감각과 그 아픔을 넘어서는 절대적인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소년의 그런 아픔과 두려움은 성인이 되는 과정의 세월을 거치면서 트라우마의 근원으로 정착되었고, 소설은 그런 시절을 되짚어가는 현장을 생생한 이야기로 들려주고 시적인 이미지로 보여준다. 기억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그래서 고통스럽지 않은 기억만 남게 하고 싶은 화자의 욕망은 경주 친구를 만나고 싶은 소망으로 나타나며, 그 친구가 모든 고통을 없애준다는 비약을 완성했는지 궁금한 것이다.

이처럼 개성 있는 인물들을 다룬 19편의 이야기를 하늘, , 사람의 3부 구성으로 엮은 소설 까마귀 울다는 인간들의 상황과 내면이 쉽게 정리할 수 없는 복잡성과 모호함의 광채 속으로 비약한다. 그 비약은 한 인간이 가진 사회적인 자아와 기억, 내면적 자아와 기억 사이의 고통을 통해 개인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하고도 독특한 삶의 초월성을 경험하게 만든다.

 

목차

하늘

비약 ·9

봄의 순유 ·까마귀 울다 ·42

등뼈 ·56

사랑의 전설 ·71

둘레길 돌다 ·85

모년모월모일 ·99

 

무명씨의 책 ·115

시인의 은발 ·131

레 미제라블 ·144

시인과 덩굴손과 버려진 발 ·158

키다리와 작다리 ·172

헬스클럽 ·184

 

사람

세 사람의 벤허 ·199

추자 ·212

방귀도사 ·225

고시생 ·239

적토마 ·253

별과 같이 살다 ·265

 

후기

 

본문 속으로

언제부터였을까, 그날의 아픔과 두려움이 되살아난 것은. 청솔 아래 쓰러져 있던 장끼와 비탈밭 가에 잠들었던 형의 모습이 수시로 꿈속에 나타났다. 식은땀에 젖은 채 눈을 뜨면 다시는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기억의 촉수가 이렇게도 집요할 줄은 몰랐다. 그 모습은 지금까지 겪은 모든 죽음의 원형이면서, 언젠가 나에게 닥칠 처음이자 마지막 죽음의 상징이었다. 불면증이 심해지면서 그 고통은 밤의 안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그때, 문득 경주 친구가 생각났다. 그가 비약을 완성했는지 그 뒤로 소식이 없었다. 그는 한 알의 비약으로 모든 고통을 잠재울 수 있다고 분명히 말했다. 어쩌면 기억의 고통도 그 범주에 들지 모른다. 나는 친구를 찾아 고도로 내려갔다. (비약중에서)

 

햇살 속을 걸어가며 그는 생각했다. 멀쩡한 구두가 왜 버려졌을까? 몇 가지 유추를 해보다가 문득 구두 주인의 삶을 상상해 보았다. 그도 봄비 속을 걸어가 엽서를 띄워 본 사람일까? 그러다가 그가 이미 세상을 떠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날에는 누가 죽으면, 그가 생전에 입던 옷가지나 물건들을 태워 없앴다. 태우기 성가셔서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조금도 꺼림칙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누군가 구두를 남긴 채 떠나고, 그 구두를 생전에 알지도 못한 누군가가 우연히 발견하고 이어 신는다. 그것도 계절의 순환만큼이나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봄의 순유중에서)

 

돌아와 보니 그 사이에 이사가 마무리되고, 경비실 옆 빈 공터에 버리고 간 세간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사를 하면 꼭 저렇게들 남기고 갔다. 그 버림받은 세간들을 둘러보다가 이번에야말로 까무러치듯 놀라고 말았다. 소파와 침대, 옷장과 함께 버려져 있는 화장대 앞에 까마귀 한 마리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아닌가. , 지상에 내려온 까마귀! 햇살이 비낀 환한 거울 속에 까만 새의 전신이 걸려 있었다. 땅 위에 내려앉은 까마귀는 날아다닐 때보다 엄청나게 커 보였다.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전율이 일었다. 그 순간, 온 아파트 단지가 한 마리 까마귀에게 점령당한 느낌이었다. 그 음험한 점령자를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물리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단호하고 강인해 보였다.(까마귀 울다중에서)

 

어느 순간 아작, 하고 조기의 등뼈 씹히는 소리가 났다. 아래위 어금니 사이에서 뼈가 부서지며 나는 소리였다. 그것은 무자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아내의 등뼈가 다시 부러지는 듯한 착각에 진저리를 쳤다. 그리고 그 모든 우연과 두려움의 끝에 아내의 부서진 등뼈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아내의 등뼈는 다시 옛날로 돌아올 수 있을까! (등뼈중에서)

 

그의 낭송은 시의 운율이나 영탄을 위해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거나 깔지 않았다. 별다른 감정의 표출이나 제스처도 없었다. 그런데도 묘하게 호소력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결코 시의 세상이 아니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도 흔하지 않다. 그 때문에 그가 시집에다 낭송의 방법을 선택한지도 모를 일이었다. 공원과 구민회관 앞에서 보았던 그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그가 낭송하는 시의 한 구절이 내 귀에 날아와 박혔다.

 

꽃도 제 몰골이 추하면 지고

바람도 제 길이 아니면 잦아들고

별도 제 일생이 다하면 떨어지는 법이다 (무명씨의 책중에서)

 

그러나 그가 비명을 지를 뻔한 진짜 이유는 그 연극인의 은발 때문이었다. 비교하는 것도 치가 떨렸지만, 교주의 은발은 자신의 은발과 너무도 흡사했다. 그는 자신의 머리에 별안간 오물을 뒤집어쓴 느낌이었다. 그와 함께 견딜 수 없는 모욕감에 휩싸였다. 그것은 다시 분노로 바뀌었다. 한 개인의 자부심을 이렇게도 짓밟을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모든 은발에 대한 모독이었다. 그는 머리칼 올올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수치심으로 온몸이 떨렸다. (시인의 은발중에서)

 

초등학교 한 학년이었던 그 친구는 공교롭게도 별명이 추자였다. 그가 그런 별명을 얻게 된 것은 우리에게 추자를 나누어준 게 첫째 이유였고, 다음은 그의 생김새 때문이었다. 머리가 뾰족한 데다 얼굴색이 새까맣고, 인상이 매우 야무졌다. 그리고 키는 작았지만 정말 추자처럼 단단한 몸에 성격 또한 당찼다. (추자중에서)

 

그 후 삼촌은 서울엔 다시 가지 않았다. 서울에서도 한 번 더 연락이 오고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 무렵 삼촌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삼촌은 밤에만 밖으로 나왔다. 낮엔 종일 방에 박혀 있다가 밤이 되어서야 마당으로 나왔다. 삼촌은 밤이면 나와 함께 마당의 평상 위에 누워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삼촌이 와서 마당 위 하늘의 별이 더 풍성해진 것 같았다. 누워서 바라보면 별이 한없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기도 했다.(별과 같이 살다중에서)

 

추천의 말

이채형 작가의 단편 비약은 짧은 분량, 단순한 구성에 비해 상당히 심오한 존재론적 질문을독자에게 던지는 작품이다. 그 존재론적 질문은 작품을 다 읽고 나서도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게 되는 진한 향기를 지닌 질문이며, 그 점에서 이 소설은 마치 인간 존재에 관한 화두 같은 인상을 갖게 한다. 고통, , 죽음에 대해 뭔가 알 듯 모를 듯 자꾸만 생각하게 이끄는 소설이다. -장두영(문학평론가·아주대 국문과 교수)

 

작가의 말

수록 작품은, 한 편을 빼고 모두 원고지 30장 안팎의 분량이다. 단편소설로는 길이가 짧은 편이다. 소설의 서사와 구성을 가능한 한 단일하게 단순화시켜 보자는 목적으로 시도해 본 것이다. 근래의 단편이 길어진 데 대한 반작용도 없지 않으나, 그보다는 단편의 요체를 외면적인 길이보다 내용 면의 단일 서사에서 찾은 결과이다. 그런 뜻에서 단편보다는 단편에 가깝다. 이는 내 나름대로 단편의 한 형태를 완성시켜 보려는 작업이다.

 

저자소개

소설집

동무』(1999) 『사과나무 향기』(2011) 『까마귀 울다』(2021)

장편

아아 님은 가지 않았습니다』(2006)

시집

나비 문신을 한 사람』(2015)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349-3 도서출판 도화

전화 02-3012-1030 팩스 3012-1031 이메일 dohwa103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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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김현주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2-17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1-02-24
  • 최문경

    소설집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1-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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