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목 정다운 작가 장편소설 『평양 누아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2-03 10:24:24
조회수 88




발행 2021120| 소설 | 326| 신국판(152*225) | 13,000| 979-11-5860-922-1(03810)

 

 

작가의 말

 

201910월 중순, 30년 만에 다시 찾은 지리산 의신마을은 달라도 너무 많이 달라져 있었다. 빨치산의 원혼이 깃들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곳이 되어 있었다. 도로변에는 제법 규모가 큰 모텔들과 식당들이 늘어 서 있었다. 관광지로 변한 그곳은 빨치산의 주요활동무대, 옛날 빨치산이 토벌대에 쫓기며 최후를 맞이하던 무렵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이 의문의 시체로 발견된 빗점골 주변 지역으로서 씻을 수 없는 민족의 아픔을 품은 현장이었다. 그러나 원한이 깃들인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뒤로 한 채 연면히 이어져 온 대립과 갈등은 민족의 수치요 자기 부정이 아닐 수 없다.

과거 독립투쟁 세력의 분열과 오늘 날 통일 주장 세력의 분열 양상은 어딘지 닮은꼴을 하고 있다. 지나간 역사와 현재의 남북 분단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밖으로 내세우는 주장과 명분은 나라를 구하고 민족의 활로를 찾는다지만 실은 민족세력과 공산주의세력의 권력다툼이 바탕에 흐르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도 이러한 분열의 세력다툼이 계속되고 있음을 볼 때 보다 큰 틀에서 역사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한반도의 명운 전도에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이러한 때에 문단에서는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과 접근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관련 작품이 드물게 모습을 드러낸 지 오래 되었다. 이제는 남북문제라면 마치 식상한 메뉴가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적인 인류의 대재앙을 가져온 2차 대전이 끝난 후 인간의 실존에 관심을 가진 실존주의문학이 등장했다. 그렇게 무자비한 대재앙을 겪고 난 뒤 인간이 뼈아프게 반응한 결과였다. 그 후 냉전시기를 거쳐 오늘날에 와서는 아프가니스탄을 비롯 시리아 등 중동지역, 동남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하는 난민문제가 큰 화두로 등장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기근과 아사, 억압적 반인권 탄압을 피해 강을 건너기 시작한 탈북 난민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난민시대에 탈북현상은 세계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게 되었다. 날이면 날마다 북한에서의 뼈아픈 고난과 국경 연선에서의 인신매매, 탈북과정에서의 위기를 겪은 탈북민들의 호소와 소망 방송을 들을 수 있지 않은가. 그들의 탈북 동기와 고난의 행로를 보면 다시 실존문학 차원에서 작품을 다루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런 현실과 동떨어진 문단의 경향을 볼 때 굳이 앙가쥬망(참여문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작가의 사회적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가, 한번쯤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한민족의 분열과 대립 앞에 선 필자는 10여 년 간 단편들을 통해 미약하나마 한민족이 당면한 오늘의 현실에 대한 관심을 끌어 보려 했으며(소설집 동토의 탈주자들), 이제 그 동안의 남북문제 천착 끝에 결과물로서 이 작품을 조심스럽게 세상에 내놓는다.

 

남부군 사령관 이현상은 1953917일 밤 지리산 빗점골 너덜바위에서 군 토벌대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었다. 그러나 이 결론을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는 몇 가지 의문점과 이현상과 박헌영, 이현상과 김일성 간의 미묘한 관계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가져오게 되었다. 해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되 작품의 성격상 빨치산 지도자 이훈상과 관련된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창조된 것임을 밝혀 둔다. 작품에 활용된 자료들은 말미에 있는 참고문헌을 참고하기 바란다.

평양 누아르는 살인마가 된 빨치산 후손 사내의 정체를 통해 1950년대 초 남한 빨치산 지도자의 최후를 둘러싼 북한 권력층의 음모와 배신, 그리고 빨치산 역사를 다시 조망해 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해서 다시 쓰는 빨치산 문학이라고도 감히 자부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아울러 오늘날 3대 세습체제의 출범을 계기로 삼아 북로당계와 남로당계의 권력암투가 빚은 어두운 그림자를 오늘 우리 앞으로 끌고 와서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여 흐르는 반민족적 분열적 요인을 꿰뚫어 보고, 한민족의 후손인 오늘을 사는 세대가 민족의 통합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바라건대 저 남만은 물론 북만을 넘어 연해주와 시베리아, 그리고 멀리 중앙아시아까지 유랑생활을 해온 한민족의 후손들이 한반도로 몰려 올 희망의 새벽을 위해서 여명을 우리 앞으로 앞당겨 와야만 할 것이다.

끝으로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 여러모로 협조해 주신 출판사 청어 편집진에게 감사를 드린다. 특히 이영철 대표의 이 작품에 대한 열성, 즉 문장 하나 하나, 표현의 정확도를 위해 시간과 관심을 쏟은 것을 볼 때 출판인으로서 단순한 관심을 넘어서 작가의 산고를 함께 겪는 것 같은 모습에 새삼 놀라움과 함께 감사를 드린다.

 

차례

 

작가의 말

 

프롤로그

1. 하얼빈행

2. 암거래 되는 여성들

3. 연해주 구상의 좌절

4. 얼렌하우트행

5. 그들의 정체

6. 쿤밍 참사

7. 죽음의 미스터리

8. 개탕치기 음모의 유래

9. 빗점골의 대결

에필로그

 

발문

작가의 역사적·사회적 사명과 역할이 무엇인가를 돌아보아보게 하는 작품_이영철(소설가, 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

 

참고문헌

 

 

 

본문 중에서

 

 

계절은 봄이 되어 주변이 생동감으로 반짝이기 시작할 무렵 정대성은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에 구상하던 분단 상황에서 빚어진 트라우마와 탈북자관계에 접근할 수 있는 자료 취재가 문제였다. 며칠 고심하던 그는 다시 그 북한민주화운동팀을 찾아볼까, 하고 생각했다. 우선 연락처를 알아보는 것이 급했다. 이리저리 궁리 끝에 북경주재 한국 대사관 공사 출신 인사를 만나러 외교통상부로 향했다. 전철을 타고 광화문역에서 내려 막 지상으로 올라오던 중이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쪽으로 나가는 계단을 몇 발짝 디디었을 때 전화가 왔다. 휴대폰 화면에 전화송신자가 두만강 발행인이라고 떴다.

아니 이 사람이!’

그는 혼자 깜짝 놀란 듯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전화가 끊어질세라 얼른 대꾸했다.

여보세요, 정대성입니다.”

거기 정대성 선생님입네까? 저 최지영이라고 합네다. 두만강

그는 토라져 달아났던 애인을 만난 듯 가슴이 벌렁거렸다.

아 두만강 발행인이십니까. 반갑습니다. 남북관계에 관심을 가진 작가인데요.”

-광대한 대륙 만주, 일제에 맞서 말 달리던 선구자, 독립군들이 민족의 자주독립을 위해 누비며, 일부는 소련으로 넘어갔다가 참변을 당하기도 하던 비통의 대륙, 그곳에 오늘도 한민족의 후예가 손에 손을 잡고 어둠을 헤치며 자유의 여명을 밝히고자 고난의 여정에 오르고 있었다. 1880년대 밀어닥친 흉년과 기근으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바에야 옥토가 널려 있다는 청나라로 가서 땅이라도 파 보아야 되겠다며 두만강을 건넜던 선조들을 따라 일제 강점기에 남부여대 일가 권솔을 몽땅 데리고 이주한 조선인들이 곳곳에 터를 닦고 수전()을 개간했던 광활한 대지. 애국심과 정의감에 불타 독립운동가들이 모여들어 독립투쟁을 벌였던 거친 들판. 이제 고난의 행군 속에 아사자가 속출하고, 인권이 무지막지하게 짓밟히던 땅에서 탈출, 자유의 땅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그 역사적 곡절이 아로새겨진 만주 벌판을 누비기 시작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무사히 연길에서 하얼빈행 열차에 오른 일행은 일단 한 숨을 돌렸다. 1차 목적지가 하얼빈이었으므로 열차를 탄 것만 해도 목적지에 가까이 간 느낌이었다. 일제시대 할아버지의 생활 근거지였던 하얼빈으로 우선 가기로 한 이교민은 자리를 잡자 몸이 불편한 아내에게 편히 쉬도록 배려하는데 신경을 섰다. 다행히 40대 여성인 강난희 동무가 동참하여 아내를 돌보고 있어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강 동무가 우리 안까이를 보살펴 주니까네 고맙수다레.”

교수 동지 내레 도와드리고 싶은데 머이 도움이 될 거인지 모르겠시요.”

동무가 옆에 있는 것만 해도 도움이 되지 않간.”

이교민은 강난희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앞으로 긴 여정에서 아내가 심적인 부담을 들 수 있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었다. 낯선 외국에서 탈출을 강행해야 하는 판에 한 사람이라도 더 있으면 짐이 될 터이지만 강 동무는 여성이어서 그녀의 동참이 이교민 편에서는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도문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이미 잘 아는 사이처럼 느껴졌던 것도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교민은 그가 수이펀허역에서 일어난 불한당의 횡포 현장에 나타나는 바람에 알게 되었지만 아직 신상에 관해서 모르는 것이 많았다. 탈북자라고 지레 짐작은 했지만 국내에서 무엇을 하던 사람인지,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믿을만한지, 궁금한 것이 많았다.

침실로 돌아온 그는 이제 막다른 탈출로에 왔음을 깨달았다. 이틀만 기다리자, 이틀만. 회령 쪽에서 선구로 건너 도문을 거쳐 하얼빈에서 여기까지 큰 탈 없이 오게 된 것만도 다행이었다. 아내의 병환만 아니라면 연해주에서의 활동계획에 아무런 지장이 있을 것이 없었다.

아 이제 국경을 넘으면 자유를 찾게 되는구나.’

그는 국경을 넘기 전 수이펀허에 와서 감회가 새로웠다. 수이펀허 옆으로 흐르는 강을 수이펀강으로 부르게 된 유래가 생각났다. 청나라 때인지, 우리 한민족 선조들이 이 강에서 오랑캐들에게 당해 붉은 피가 강물에 넘쳐 강 이름마저 슬픈 강이라 해서 수이펀강으로 불리게 되었다는 곳이다. 바로 건너편이 연해주로서 지척에 둔 그 지역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예사로운 지역이 아니었다.

-중무장한 군인들이 수이펀허 철도 주변을 철통 같이 둘러싸고 있었고. 철로에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전차가 포문을 러시아 쪽으로 돌리고 서 있었다. 전시를 방불케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정말 야단이었다. 언제까지 이 사태가 지속될지 알 수 없었다. 하루 종일 방송을 통해 사태를 주시했으나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국제적 분쟁이 발생한 만큼 이 판에 국경 탈출이란 엄두도 못 낼 지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교민은 밤에도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다. 방에만 들어 앉아 자신의 처지를 곱씹어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밤이 되면 생각이 정리되겠지, 막연한 기대를 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갑작스런 사태가 발생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름대로 평소 구상해 왔던 바를 실현시킬 기회가 왔다고 은근히 희망을 가졌었는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부딪치고 보니 난감한 정도가 더 했다. 하늘이 내리는 시련인지 몰랐다. 참자, 참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웅크렸던 몸을 펴고 반듯이 누웠다. 자정이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늦게 든 잠이라 꿈도 꾸지 않고 깊이 잤다.

 

저자 소개

 

정다운(본명 정대수)

 

진주고교, 경북대 사대, 서울대 신문대학원 석사(언론학), 성균관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언론학)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독립지사 최재형기념사업회 홍보대사(2015~2019)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광주대 조교수, 서울대, 계명대 강사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및 기자협회10년사 편찬주간, 국제신문 정치부장, 대한일보, 코리아 타임즈 기자, 마당여론홍보연구소 대표, 해운대 장산포럼 대표, 해운대소식 신문 발행인, 유네스코 서울지식인선언 기초위원 대표

 

작품

소설집 낙엽 위에 서린 우수(2014) 동토의 탈주자들(2017)

장편소설 고서 사냥꾼 광야를 달리다(2020) 평양 누아르(2021) 콜리마수용소 조선여인의 사생아(2021 출간 예정)

 

수상

6회 직지소설문학상(2018)

 

저서

신문원론(공역) 정치부 기자』 『선거와 홍보전략』 『미디어정치론』 『정치권력과 언론의 관계』 『동유럽의 변혁과 언론의 역할』 『선동가 노무현, 김대중 둥지에서 날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3648-15(동일빌딩) 202도서출판 청어

전화: 02) 586-0477 팩스: 0303-0942-0478 (문의: 영업이사 이동호 010-8358-3641)

 

 




댓글

  • 최문경

    장편소설 "평양 누아르"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1-02-03
  • 성지혜

    선생님,
    장편소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2-03
  • 윤재룡

    장편소설 『평양 누아르』 신간 축하드립니다. ^^*

    2021-02-04
  • 김성달

    선생님.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2-05
  • 정다운

    최문경, 성지혜, 윤재룡, 김성달 선생님, 졸저 출간을 축하해주셔사 감사합니다. 새봄에 문운 번창하소서.

    2021-02-05
  • 이정은

    수고하셨어요,
    역작 "평양 누아르"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2-07
  • 김현주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2-08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1-02-10
  • 이월성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2-15
  • 정다운

    이정은, 김현주, 이광복, 이월성 선생님께 감사합니다. 주소를 010-6241-3089로 문자로 보내주시면 졸저를 보내드리겠습니다.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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