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

제목 김영민 작가 소설집 『종각역』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1-19 13:53:16
조회수 106




판형(양장본) 135/190, 146쪽  가격 13,000

ISBN 9791190526272(03810)  발행일 202115일  도서출판 도화

  

 

죽은 자(낯선 것)들과 산 자(익숙한 것)들의 낯선 행성 이야기!


이 소설은

김영민 작가가 세 번째 펴내는 작품집이다. 소설집 카모테스에서 관조의 우아한 시선으로 독특한 미학적 효과를 보여준 작가는 이번 소설집 종각역에서 죽은 자(낯선 것)들과 산 자(익숙한 것)들의 기이한 결합의 환상성을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표제작인 종각역에서 나는 낮과 밤에 알바를 하면서 악착같이 살다 사고를 당해 죽지만 죽은 사실을 모른 채 이승과 저승의 중간지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만난다. 익숙한 지명 때문에 한 번쯤 걸어봤을 그 종각역을 떠올리던 독자들은 그곳의 전혀 낯선 분위기에 호기심과 두려움을 느끼면서, 주인공이 죽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으며 놀라움도 절정에 다다른다. 그래서 종각역이라는 익숙한 공간은 사건의 서술을 넘어서는 낯선 맥락으로 독자들을 압도한다. 죽은 자들의 공간 종각역은 당혹스럽고 충격적이면서도 놀라움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감정이입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닭집 언니는 슬프고 상처투성이 풍경을 냉정하게 보여주면서도 가슴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진다.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닭집에 가서 가스 검침원 S, 닭집의 주인 언니 G와 함께 맥주를 마신다. 어느 날 S로부터 검침 갔다가 영감과 그 손자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영감의 이부자리에 성인의 여자 인형이 누워있더라는 말에 놀란다. S는 얼굴에 진한 화장을 한 인형이 불쌍해 보였는데, 그 인형이 꿈에 나타나 도와달라며 울며 차라리 영감과 결혼을 시켜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은 G는 영감과 인형을 결혼시킨다. 알고 보니 젊어서 부자에 난봉꾼이었던 그 영감은 G의 엄마와도 염문이 있던 남자다. 나는 G가 이 동네의 토박이로 모친과 함께 창피를 무릅쓰고 온몸으로 부딪치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며 그때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되돌아보면서, 인형의 첫날밤이라는 G의 말에 몸서리를 친다. 뭔가 세게 한방 얻어맞은 것 같은 묵직함이 더해지는 G의 회상은 이 소설의 압권이다. 안타까운 불안이나 두려움의 감정이 아니라,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것의 스치는 듯한 체념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생기는 독특한 미학적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소설이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K는 운영하던 남성복 쇼핑몰을 폐업하고 오피스텔마저 정리한 후 무작정 라스베이거스로 간다. K는 혼자서 이틀간 라스베이거스를 돌아다니다가 술집에서 P를 만난다. P와 함께 끝이 없는 쇼핑타운을 걷던 K는 무심한 듯 능숙하게 스며드는 P를 따라 카지노로 들어가 100달러를 금방 잃고 만다. 돈을 딴 PK를 자신의 자리에 앉히지만 돈은 계속 빠져나가 순식간에 잔액은 0이 된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잭팟을 터트린다는 것이 헛꿈이라고 느낀 K는 조용히 귀국해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할 생각을 하며 일행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어떤 절실함과 상처의 아픔이 시종일관 억제되고 정제된 언어로 잔잔하게 밀려온다. 그 억제가 가져오는 소설의 형상은 내몰린 삶의 현장에 대한 작가의 내밀한 응시와 성찰의 결과이다.

빨간 머리 삐아프의 삐아프는 대학로 반지하 소극장에서 연극 공연을 하는 배우이다. 작은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큰 목청으로 프랑스 가수 삐아프를 닮아서 얻은 별명이다. 그녀는 쉬는 날이면 헤나 염색방의 화숙을 찾아가 수다를 떨었는데 하루는 화숙이 강아지 뭉치의 빨간 주둥이와 러그를 가리키며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이라고 한다. 화숙은 헤나를 구입하면서 따라온 검은 씨를 심었는데 그것이 녹색넝쿨을 이루어 복숭아 향의 빨간 꽃이 피었다. 뭉치가 그것에 주둥이를 댔는지 주둥이의 붉은색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화숙이 실습을 위해 인모가발에 염색한 붉은색에 반해버린 삐아프는 결국 그 꽃의 씨앗으로 염색을 한다. 하지만 머리에 염색한 붉은색이 지워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눈썹과 속눈썹 심지어 팔뚝에서 올라오는 옅은 털까지, 털이란 털 모두가 빨갛게 변한다. 화숙을 탓할 수 없다. 그녀는 부탁을 들어주었을 뿐이다. 화숙은 임시휴업을 하면서까지 붉은색을 없앨 방법을 찾아 고심한다. 미안한 삐아프는 화숙의 거처에 머무르면서 아침 준비를 한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마주 앉은 아침밥상 앞에서 삐아프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고, 그 모습을 본 화숙도 덩달아 눈물을 글썽인다. 해결방법을 찾아낸 화숙은 삐아프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같이 살고 싶지는 않다. 지방 소도시의 어느 작은 골목 같은 서울 변두리의 이 동네를 좋아하는 화숙은 염색방을 최대한 오랫동안 지킬 생각이다. 이 소설은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는 것처럼 장면 장면이 영화장면으로 다가온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붉은색과 그것을 통한 감각적인 이미지는 두 여자의 감정을 섬세하면서도 인상적으로 처리한다.

삐이이는 의식을 잃은 육체에서 빠져나온 나의 이야기이다. 여행작가 39세 남자인 나는 늦은 밤 횡단보도를 건너다 승용차에 깔렸고, 운전하던 여자는 죽은 모양이다. 그 여자는 나와 눈이 마주쳤지만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 알 수 없다. 내 뒤를 따라 나온 여자는 급히 주차장으로 간다. 주차장의 흰색 소나타 앞에서 멈춘 여자는 남자가 통화 중인 앞 좌석에 앉는다. 통화를 듣고 있던 여자가 남자의 뒤통수를 후려치지만 허공을 스칠 뿐이다.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간 여자는 자신의 사진 앞에서 울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 옆에 주저앉는다. 나의 삶은 먼저 죽은 형의 몫까지 살아내야 하는 일종의 의무감이 곁들여진 삶이라는 생각을 하며 한강을 걷던 나는 살고 있던 오피스텔 808호실로 직진한다. 내 물건임에도 방안의 어느 것 하나 내 손으로 만질 수 없다. 냉장고의 기계음이 살아있는 생명체같이 반갑다. 나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간다. 여자는 아직도 병원 주차장에서 남편의 주위를 맴돈다. 병실에 누워있는 내 얼굴을 보니 이 세상에 그다지 미련이 없어 보인다. 만약 인생에 1에서 100까지의 수치가 정해져 있다면 그야말로 딱 50 같은 삶을 산 나는 그냥 쉬고 싶다. 그때 삐이이 강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살아오면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디테일이 하나하나 모여 삶과 죽음의 응축된 현장을 집약한 슬픔의 냄새가 강렬하게 전이되는 작품이다.

김영민의 소설집 종각역에서 화자들은 삶과 죽음 그 환상성의 현장을 분명한 목소리로 들려주면서도, 지금도 서울 변두리 골목을 지키면서 살아갈 것 같은 소시민의 정서를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 파편적인 서사와 시·공간이 앞뒤로 잘려나가는 것은 곧 죽음의 터널을 건너가는 과정이고, 그 과정의 존재들이 얽히고설켜 들어가는 현실의 모습을 다층적이면서도 복합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다채로움은 김영민 작가 특유의 자각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소설집 종각역에서 작가는 그것을 확실하게 입증하고 있다.

 

목차

종각역 · 7

닭집 언니 · 35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 63

빨간 머리 삐아프 · 91

삐이이 · 117

 

작가의 말

 

본문 속으로

어쨌든 땅을 밟았다. 부신 눈을 추스르며 사방을 휘둘러보았다. 30m 정도쯤 앞 대각선 쪽으로 보신각이 눈에 들어온다. 보신각이 중심에 있지 않았다면 이곳이 어딘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나를 밀치며 옆으로 온갖 사람들이 부산하게 지나갔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우선 내 모습을 보고 싶어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였다. 두어 걸음 앞에 제일은행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입구가 검은 색 대형유리로 되어 있다. 정면에 서 있는 내 모습이 유리에 비치지 않았다. 나는 양팔을 흔들었다. 역시 안 보였다. 아무래도 시선을 끌지 않는 롯데리아나 맥도널드 같은 곳에 가서 거울을 봐야겠다.

맥도널드는 보이지 않고 열 걸음 정도면 탐엔탐스에 닿을 것 같았다. 입구로 가는 벽면이 검은 유리로 되어 있었다. 내 앞사람의 모습이 비추다가 없어지고 바로 내 뒷사람의 모습이 비친다. 다시 보아도 내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급한 마음에 유리를 만지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검은 유리에 내 모습은 없다. 깜짝 놀라 급한 마음에 내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 어디에도 내 그림자는 없었다. (종각역중에서)

 

슬슬 영업 준비를 하려는 G를 보며 S와 나는 집에 가려고 커피 잔을 그러모으고 있었다.

오늘이 첫날밤이네.

G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 인형 말이야. 결혼하고 첫날밤. 굳이 결혼식이 아니더라도 그 영감은 도대체 평생 새로운 상대와 시작하는 첫날밤이 몇 번이나 될까. 생각만 해도 징그럽다.

그 말에 나는 몸서리가 쳐졌다. (닭집 언니중에서)

 

뭔가 차별당한 기분이다. 기계로부터의 차별은 사람 못지않게 불쾌했다. P의 화면에 쌓여 가는 달러를 K는 시큰둥하게 바라보았다. 혼자 신이 나서 히히덕거리던 P는 겨우 눈치를 채고 K를 그 자리에 앉혔다. K가 시작하자마자 그동안 쌓였던 P의 달러는 모래시계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K는 당황했다. 이건 비단 쇼핑백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저 센서는 개인의 지갑 속까지 꿰고 있단 말인가. K가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다 보니 결국 ‘Money Tree’의 잔액은 0이 되고 말았다. K가 사과하자 P는 그저 웃고 말았다. P는 기계에 돈을 넣는 순간 이미 남의 돈이라고 했다. K는 역시 돈복이 없는 놈은 기계조차도 알아보나 싶어 더욱 주눅이 들었다.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중에서)

 

삐아프는 왠지 미안해서 화숙에게 아침밥을 챙겨 줘야 될 것만 같았다. 좁은 주방 구석에 놓인, 삐아프의 키보다도 작은 냉장고 안은 너무도 빈약했다. 삐아프는 밖에 나가 장을 보고 싶었지만 나갈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우선 있는 대로 몇 개 안되는 계란을 프라이하고 식은 밥은 김치를 넣고 볶았다. 아주 기본적인 식단이었지만 화숙이는 무척 고마워했다. 그러고 보니 삐아프는 누군가와 함께 아침밥을 먹어 본 지가 얼마만인지 몰랐다. 밥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데 삐아프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모습을 보고 화숙이도 덩달아 눈물이 글썽했다. (빨간 머리 삐아프중에서)

 

여러 장소 중에서 나는 왜 굳이 한강 변을 걷고 있을까. 나의 무의식 속에 아버지의 한이 전달된 건 아닐까. 아버지의 사십 대, 그 꿈은 모래 사업으로 성공하는 것이었다. 한강의 모래는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 자수성가했다는 기둥을 붙잡고 있었다. 거칠고 모진 사람들에게 터지고 베인 아버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평생 재기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나약한, 아니 어리석은 모습은 가족에게 절망과 포기를 안겨 주었다. 가장 먼저 나타난 현상은 집안에서 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말소리는 물론이고 TV나 라디오를 비롯한 전자음, 심지어 마루를 걸을 때조차 예전 같지 않았다. 소리 내는 인간은 죽여 버리겠다고 누군가 협박문을 벽마다 붙여 놓은 듯 밥상머리에서도 주방에서도 모든 소리는 사라져 버렸다. 심지어 국수를 먹을 때조차 숨을 멈춘다, 국수를 말아 입에 넣는다, 소리 없이 씹는다는 국수 먹는 법이 있는 듯 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집에서 키우던 잡종견조차 소리를 삼켰던 것 같다. (삐이이중에서)

 

작가의 말

 

내 영혼은 자유로워

하늘을 날고

땅속 깊은 곳에서 거닐며

간혹

낯선 행성에서 헤매기도 한다

 

그러나 내 의식은

멀리 가 있는 나를 불러들여

간섭하고 통제하며 질책한다

정신차리고 적당히 하라고

 

갈 때까지 가야만

뒤를 돌아볼 수 있는데

내 발걸음은

미처 가다 말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도대체

난 언제쯤이나

온전히 뒤돌아볼 수 있을까

 

저자소개

서울예대 극작과 졸업.

국민대 국문과 박사과정 수료

『월간문학 』 등단소설집 『카모테스 』,『녹색칼국수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349-3 도서출판 도화

전화 02-3012-1030 팩스 3012-1031 이메일 dohwa1030@daum.net

홍보담당: 김성달 연락처: 010-7941-7239

 




댓글

  • 김현주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1-19
  • 이광복

    축하합니다.

    2021-01-20
  • 송주성

    종각역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1-21
  • 성지혜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1-24
  • 우은선

    김영민 선생님 출간 축하드려요.

    2021-01-27
  • 윤재룡

    소설집 『종각역』 신간 축하합니다. ^^*

    2021-01-29
  • 최문경

    소설집 『종각역』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2-03
  • 이월성

    소설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2021-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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